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아들의 세례식으로 분주한 하루를 시작했다.
8시40분까지 가야한다는 한마디에 일주일 내내 피곤했던 몸을 일요일에도 일으켜 세워 아침상을 준비했다.
교회에 도착할즈음 아들이 카톡을 확인하더니 "10시40분까지 가면 되는거네..."하며 허탈해했다.
동시에 나의 노력도 허탈한 듯 했지만, 이른 예배를 먼저 드리겠다는 아들을 내려다주고, 집으로 귀가 했다.
딸아이는 여전히 안방 곳곳을 누비며 곤히 잠들어있었다.
내가 다시 잠을 청했을 때 잠이 깬 딸아이는 곰인형과 함께 거실로 사라졌다.
몇 분이라도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정신은 말똥해지고, 졸린 몸은 점점 더 깨어났다.
어제 토요일, 종일 행사와 공연을 쫓아다니는 회사업무로 피곤했던 나는 이른 아침부터 아들의 세례식과 예배, 딸아이의 드럼 수업을 쫓아다니다가... 차 안에서 졸기도 했다.
오후 3시30분, 드디어 흩어진 세 가족이 한 차에 함께 모였다.
"엄마! 날씨도 좋은데 공원에 가서 자전거나 탈까?"
올 가을에는 나들이도 가지 못한터라 간만에 함께 나들이가자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서는 차까지 뛰어가 신분증을 가지고 와야했고, 이용료를 결제하자마자 자전거를 얻은 아이들은 일제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읽으려고 가지고 온 내책과 물통 등을 딸아이의 자전거에 실었던 탓에 나는 9%의 밧데리만 남은 폰을 쥔 채 아이들을 찾아 헤매야 했다.
점점 부화가 치밀어 오르던 중...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아들이 해맑은 미소로 다가왔다.
“동생 찾아와!”
그렇게 떠난 아들은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결국 나는 '북카페 방향'이라고 적힌 길을 따라 걸었다.
9%남은 휴대폰도 충전할겸 앉아서 휴식이라도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 끝에는 공원사무실만 나올뿐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되돌아나오던 길에 아이들을 발견했다.
반가움보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둘 다 이리로 와”
아이들을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자전거를 무겁게 끌고 다가 왔다.
“엄마가 여기 오기 전에 차에서 뭐하고 있었어?”
“졸고 있었어”
“엄마가 토요일까지 학원비 번다고 회사 나가고, 주말에는 너희들 일정에 맞춰서 따라다니는게 당연한거야?
공원에 와서 신분증 들고 온다고 뛰고, 자전거 빌려주고 나면 엄마는 또 기다리기만 해야해?
엄마도 휴일이고, 책읽고 쉬고 싶을꺼라는 생각은 안하냐? 최소한 가방은 주고 가야되는거 아니야?”
다른 엄마였으며 속으로 삭혔을 이야기들을 나는 공원 한가운데 아이들을 세워놓고 쏟아놓았다.
“엄마가 돈만 대고 셔틀하는 사람이었으면 공원에 같이 왜 오냐? 다놀고 시간 맞춰서 차에 오면 되지...가서 너희들 하고 싶은 거 하고 놀아”
아이들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었다.
결국 나는 뒤도 보지 않고 걸어나가 버렸다.
겨우 함께 하는 일요일...하루종일 셔틀만하다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 1시간을 나는 화로 보내고 말았다.
결국 아이들은 쭈뼛쭈뼛 나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며, 나에게 자전거를 타라며 양보했다.
아이들에 대한 서운함과 속상함... 옹졸한 엄마가 되어 거침없이 내뱉었던 시간에 대한 후회...
그래도 집에 갈 땐 아이들과 어색한 화해를 청하며 아쉬움 가득한 일요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