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든 시간은 12시 50분, 그리고 오늘 아침은 4시 50분에 눈을 떴다.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이면 늘 그렇듯, 깊은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의 미션은 토론회 발제.
내가 맡은 주제는 한 도시의 3년 뒤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이런 주제를 왜 나한테?' 처음 발표 제안을 듣고 느꼈던 불평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으로 바꼈다. 바쁜 회사 일정 중에 틈틈이 발제문을 작성했다.
제출한 다음날에도 여전히 미련이 남아, 이른 새벽마다 일어나 고치고 또 고쳤다.
며칠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또다시 손보고 싶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발표 연습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었다.
오늘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과연 이게 맞나? 라는 생각에 3시간 동안 다시 수정을 하고, 발표회장으로 이동했다. 출근 길에는 회사에 들러 최종 자료를 출력해야 했고, 아침부터 정신없이 분주했다.
발표장에 가까워지자 내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주님께 맡기자.”라며 마음을 내려놓고 기도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속으로 외쳤다.
“주님, 이제 주님이 만드시는 상황 속에 저를 놓습니다.”
발제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3년간 내가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추진해온 사업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그 과정과 성과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다.
그 자리에는 함께 걸어온 수많은 주민들과 동료들이 있었다. 오늘 내가 입은 개량한복을 지역의 문화콘텐츠로 만든 문화활동가까지 함께 했다.
매년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추진하는 과정은 늘 더디고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 힘들 때마다 ‘그래도 이 일이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문화적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버티게 한다. 떄로는 회사에서 마음 상하는 일을 견디게도 하고, 때로는 나만의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가는 길이 아무리 길고 힘들어도...그로 인해 누군가의 일상이 더욱 행복해지고, 따뜻해진다면...
오늘의 발제를 통해 나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모든 주민들의 노력과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서로에게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낯설었던 이웃이, 함께 걸어가는 동지가 되는...정말 특별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