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by 누구니

이혼 후 줄곧 백수로 살아온 전남편이 은행 송금내역서를 보내며 작년에 몇차례 빠진 양육비를 요구했다.

방학 때 몇 개월씩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낸 아이들, 150만원의 학원비, 옷과 책값, 카드 용돈까지 합치면 내 월급을 가볍게 넘는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나에게 양육비를 요구한다.

내가 직접 쓴 비용을 얘기하면 “형편에 맞게 해야지”하며 학원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 탓에 아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눈으로 공부하는 고1이 되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 주는데, 가끔 전화 연결이 안 될 때가 있다.

한참 뒤 “엄마 미안해...이제 일어났어”라는 연락이 온다.

거실에서 기거하는 전남편은 늦은 밤까지 컴퓨터를 하다가 그대로 쓰러져 자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알람소리를 듣고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끼니를 제대로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아들의 학원 셔틀을 하며 밀린 양육비 요구에 부화가 끓어오르는 문자를 전남편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오늘 제시간에 영어수업을 마친 아들에게 여과없이 화풀이를 해버렸다.

“오늘 집에 가서 너희 아빠한테 대학교 학비는 댈 건지 물어봐. 앞으로 3년동안 학원비 대고, 수천만 원 등록금까지 엄마한테 달라고 하면 안된다.”

묵묵부답인 아들을 두고 나는 끝도 없는 얘기를 해버렸다.

“아빠가 등록금 댈 생각없으면 대학교는 못가는 거니까 지금 학원 다닐 필요도 없다”

언제까지 내 등에 빨대를 꽂은 아이들과 전남편을 감당해야하나? 억울함에 이제 겨우 공부가 재밌어진 아들의 꿈을 꺾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의기소침해진 아들은 결국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다가 차에서 내렸다.


지금껏 이 모든 상황을 꾸역꾸역 감당해온 내가 대견도 하고, 무책임한 전남편 덕에 내 커리어를 쌓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며 긍정하려고 애를 쓰다가도...

가끔씩 날아오는 전남편의 위협 섞인 문자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만다.

나한테는 고작 10만원도 안하는 운동비도 쓰지 못하는데...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의 카드 내역이 울릴 때면 화가 날 때도 있다. 가끔은 이렇게 답답한 고향에서 유부녀인척 양육에만 올인하다가 이렇게 늙어 죽는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놈에게서 빨리 벗어난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아이들로 얽힌 올가미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숨이 막힌다.

도대체 언제까지....

6년만 버티면 원하는 인생을 찾을 줄 알았지만, 오늘 보니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그때부터 진짜 거금이 필요한 거였다.

백수 아빠가 “형편에 맞게”하며 뒷짐 지고, 나만 발을 동동 구르며 뒷바라지할 불안이 엄습한다.

총명하고 밝은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 옆에 한시도 마음 편히 있지 못할 내가 떠올라 더욱 추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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