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가슴으로

by 누구니

출근길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힘없는 목소리로 받은 그는 나의 물음에 울음 섞인 대답을 했다.

“아빠한테 대학교 등록금 대줄 거냐고 물어봤어?”

“어...국립대 가래...”


이제 겨우 고1이 되는 아들에게 국립대를 목표로 하라니...

이른 아침부터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진 나도 모자랐지만, 그런 답을 한 전남편도 한참 모자라 보였다.

부모들 싸움에 애꿎은 아들만 눈물을 흘리니 마음이 속상했다.


“엄마 집 있는거 알지? 걱정마. 니가 가고 싶은 대학 어디든 보내줄테니까.

그리고, 학원을 계속 다니고 싶으면 엄마가 다 보내 줄게. 대신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 해”

그제야 밝아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3년 전 청소년센터 축제에 재능기부로 참여했을 때였다.

몇 주간 청소년들과의 답도 없는 기획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 원래라면 아들을 데리러 급히 갔어야 했지만, 늦어진 회의로 아들은 이미 집에 가 있었다.

갑자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나 하며 천천히 운전을 하던 중, 길가에 한 모델 하우스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발견했다.

심심해서 방문한 그 아파트에 나는 생애 첫 청약을 했고, 예비 400번으로 33층 초고층 아파트에 당첨됐다.

투덜대며 봉사하던 나에게 그 아파트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과 같았다. 몇 년 뒤 그 분양권은 큰 프리미엄이 붙었다.


내가 감당해야할 일이라면, 필요한 금전은 하나님이 알아서 채워주실텐데...어설픈 인간의 생각으로 앞서 걱정을 해버렸다.

'그래, 그 집은 애초에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잘 키우라고 주신 거야.'

애들 아빠가 어떻게 하든 나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성화를 돋우는 전남편에 감사한 기억을 잊어버린 자신을 나무랐다.


어제 금요성령예배에는 이런 설교가 이어졌다.

“다음 세대 양육의 사명을 품고, 우리의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아낌없이 드려 하나님의 나라를 잇는 인물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게 하시고....”

마치 전날 아들에게 쏟아낸 이기적인 말들을 책망하듯, 목사님의 강한 어조가 내 마음을 반성케 했다.


앞으로는 나에게 주신 사명을 가슴에 새기며, 필요한 시간과 금전은 다 채워주실 것을 믿고 올해는 나의 자녀와 올해 교사로 섬기며 만나게 될 아이들을 넓은 가슴으로 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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