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10년 #4
#4 결혼은 함께 했지만, 밥은 늘 혼자 먹었다.
결혼을 하면 주말 아침은 언제나 둘이서 함께 시작할 줄 알았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편안한 주말을 보내는 모습을 내 머릿속으로 그려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피곤한 남편은 정오가 지나서야 겨우 일어났고, 나는 혼자 아침을 차려 TV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간혹 같이 밥을 먹는 날에도, 내가 정성껏 준비한 반찬은 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내겐 나름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초딩 입맛을 가진 그는 라면을 더 좋아했고, 나는 알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
둘만 떠났던 신혼여행에서는 더욱 큰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모험심이 강했던 나는 새로운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며 둘만의 추억을 만들길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은 시차와 감기 몸살에 시달리며 거의 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예약했던 거대한 풀빌라와 넓은 수영장은 나를 더 고독하게 만들었고, 큰 집 어딘가에 있는 그와는 더욱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패키지여행 중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남편은 항상 뒤로 물러나 있었고,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었던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신혼여행이 끝날 무렵, 우리는 공항버스에서 내릴 때 여행 가방을 땅바닥에 내려칠 만큼 크게 싸웠다. 싸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길한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결혼이란 서로의 짐을 나누는 일이라 들었지만, 우리는 각자 자신의 짐을 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었지만, 서로의 삶에 대한 공유는 없었다. 남편은 자신의 일에만 몰두했고, 나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월수입조차 공유하지 않았고,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어떤 기분인지 얘기할 기회는 점점 사라져 갔다. 결혼 전, 새 차를 구입했던 남편은 할부를 갚느라 힘들다고 했지만, 나중에 시어머니로부터 그 차를 일시불로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크게 놀랐다. 그런 부질없는 거짓말들이 쌓이면서 내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애 시절이 짧았기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깊이 알 기회가 부족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신뢰는 좀처럼 쌓이지 않았고,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어색해졌다. 어느 누구도 혼인신고를 하자고 먼저 말하지 않았고, 우리는 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하나가 될 생각이 없는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크고 작은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 결혼을 억지로 이어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그 의문은 점점 자라나 ‘이 결혼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