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Dec 31. 2016

그저 길게 본 신기루라고 생각해

2016년 12월 31일에...

더해지는 것과 늘어나는 것은 다르다.
내 삶은 늘어남이 있는 삶인가?

이맘때, 특별할 것도 없이 보내는 이 하루를 지낼 때마다 시간은 참 현기증이 일 정도로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라는 짧은 시간으로는 인지 되지 않는 빠르기.

지나온 시간을 뭉텅뭉텅 잘라놓고 보면 내가 산 세월도 참으로 길다...멀다.

까마득했던 어린 시절부터 내 규준선을 스스로 넘어서던 때, 인생의 마디마디 굵직한 일련의 사건들을 준비도 없이 시간에 떠밀려 받아들이던 때, 내가 지켜 내야 할 것들이 나 말고도 많아지고, 가슴이 치미는 대로 살기에는 너무 무거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모든 걸 놓아 버린다 해도 결코 놔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주제넘게도 가끔은 삶을 놔버리고 싶기도 하고, 죽음에 이르는 절망은 과연 어떤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 오늘  마음이 이렇게 고되고 울음이 왈칵 쏟아지는지.

마지막을 보내는 게 서운한 건지, 새로 맞는 새해가 서글픈 건지.  이 아픔의 궁극에 뭐가 있는 걸까?

나만 아는 답일텐데 모르겠다.

지난 2년여 나는 참 솔직하게 살았다.  

나 자신에게만큼은...

내 마음이 시키는 데로 했고, 내 가슴이 뛰는 데로 움직였다.

요동치는 이면의 삶들을 지켜내기가 가끔은 버거웠지만 내 가슴이 다시 뛴다는 것 하나로 괜찮았다.

앞으로의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생각을 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인생의 저 끝에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모든 굴곡들이 미미하게 느껴지듯이 작금을 그렇게 살아내고 싶다.

지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닌 일들이야,
너무 힘들어하지도 말고 우울해하지도 마.
그저 길게 본 신기루라고 생각해.

글 : iris

사진 : iris


매거진의 이전글 默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