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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p 20. 2015

그냥 내버려 두세요

시간이 '약'이예요

세수할 때 뭔가  만져지는 듯 싶더니, 이내 딱딱하게 몽우리가 잡히면서 빨개 진다.

뾰루지다, 사춘기 이후 주기적으로 올라와 예민한 나이를 더 예민하게 했던.

지금이야 아주 가끔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간간이 눈에 띌 정도로 큰 뾰루지들이 종종 나온다.

빨개지고 곪고 터져서 딱지가 되고 그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 까지 관둬야 상처 없이 깨끗하게 아물지만 이놈의 손은 느낄 새도 없이 계속 그 부위를 어루 만지고 있다.  자연히 더 부어 오르고, 채 농익지도 않은 뾰루지를 짤 때면 통증 또한 상당하다.   통증이야 참는다 치고, 익지 않은 뾰루지들은 깨끗하게 짜지 지도 않고 손독까지 더해져 시간과 상처만 더할 뿐이다.   이번엔 작정하고 그냥 내버려 뒀다.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지인들에게 한소리를 들어도 그냥 내버려 뒀다.  아니 오히려 세수하다, 닦다가 쓸려서 떨어질까 조심기하기까지 했다.    4일쯤 지났을까?  오늘 아침 세수를 할 때는 딱딱하다.   맺혀있던 고름도 피부도 딱지처럼 딱딱하다.   그럼에도 내버려 뒀다.   몇 시간이 흘렀나? 얼굴에서 뭔가 묻은 듯  걸리적거리길래 손으로 만져보니 딱지가 떨어졌다.   고름도 딱딱해진 채 같이 떨어졌다.    떨어진 부위를 만져보니 진물도 나지 않고 매끈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그 자리도 희미한 자국만 살짝 있을 뿐 깨끗하다.   

그렇게 내 얼굴에 났던 뾰루지는 별 탈 없이 없어졌다.  


그래.  마음이라고 다르겠나.

아플 만큼 아파야, 그 힘든 시간이 지나야 아무는 게 상처인걸.  누가 뭐라 하든 넘어지고 깨지고 일어나고 다시 넘어지고 절망 속에서 맘껏 허우적대다가 나와야지.   

수없이 아파서 울고  삼키고... 하면서 시나브로 잊히게 마련이지.  빨리 잊으려고 용을 쓴들 더 아프기만 한 거지. 생채기만 내겠지.


그냥 봐주자,  잊어버린 채 그냥 봐주자.  

아무리 못나게 질척거려도 나인걸...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별 탈 없이 지나 가겠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당시엔 죽을 것처럼 절망적 이어도 다 살아지게 되는 게 삶인 거지.

아플 땐 그냥 조금만 더 깊이 보듬자,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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