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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p 22. 2015

감정의 고조 없이 관조적으로 살고 싶다

더 이상은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출근길 차창에 낙엽 하나가 날아와 부딪힌다.  

나른하던 봄, 흩날리며 스쳤던 벚꽃 잎과 겹친다.   찰나처럼 흐른 시간.  

8월 중순을 지나 입추와 처서를 넘기면서 조석으로 공기가 달라지는 듯 싶더니 그냥 가을이 성큼 와버렸다.  지금은 9월 중순이다.  

두 계절이 공존하는 시간이 턱없이 짧아진 요즘이다.  시간에 쫓겨 무언가를  마무리해야 하는 삶은 아니지만 너무 빠르다.  그래서 인지 기억 또한 중간중간 생략된 듯 뚝뚝 잘려있다.  


순식간에 계절을 넘고 해를 바꾸는 시간들에 기가 막힌다.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면서 마음 또한  몸처럼 자연스레 나이 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도 몸처럼 잔주름이 지고, 무뎌지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어떤 감정적인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애써 웃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자처해서 우울해하지도 않고...  그냥 내 일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고 싶다.  

일정하게 가는 시간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누가 어찌 할 수 없는 일들처럼 그렇게 살아졌으면 한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전하는 그대로 받아 들일뿐 어떤 자의적 반응도 없는 형태의 삶.  내 의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주체가 되지 않는 삶은 슬플까? 


내가 반응하고 타인들과  주고받는 모든 교감들이 피곤하다.  돌고 돌아 결국은 나에게로 향하는 질책들에 내가 너무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하루에 수십 번 주문을 외워도 나는 왜 괜찮은 사람이 안 되어 있는 걸까?  


감정의 고조 없이 관조적으로 살고 싶다.  

더 이상은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늘 나는 일 년에 몇 번쯤 찾아오는 지독하게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퇴근 무렵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사무실에서 한참을 울었다.   

지독하게 우울한 이런 날은 항상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오늘도 그랬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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