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겹지 않은 이유
휴일 아침, 거실 밖은 바람이 세다.
적당히 진한 커피 한잔이 간절하지만 윗옷 걸치기도 귀찮다.
드르륵하고 기다릴 새도 없이 끓어주는 전기주전자의 속도감과 뜨거운 물에 닿을새라 바로 진한 커피색을 내어주니 이마저도 참 괜찮다 싶다.
좋다고 늘 옆에 있는 건 아니니까.
커피도 물건도 사람조차도...
좋다고 늘, 영원히 손 닿는 곳에 끌어다 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없을 땐 그냥 없는 데로 그렇게 하면 되지.
그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거실 소파에 몸을 묻고 하릴없이 바라보는 이 사소한 행복이 참으로 감사한 아침이다.
글 ㅣ iris
사진 ㅣ i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