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사랑의 목적이 되는 순간 사랑의 본질이 해이해지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 육체와 정신의 분리가 명확한 사람이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사람을 만나 교감하는 육체적 행위의 마지막 단계가 섹스라고 본다면 좀 더 진중할 필요는 있는 거다. 다소 진부하기는 하지만 소위 사귀는 사람과 잤다고 하면 갈 때 까지 간 관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다고 헤어지지 못할 관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번의 엔조이나 원나잇 스탠드가 아니라면 섹스 전후의 감정적 교감은 최소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믿는 남녀가 감정적인 교감 없이 섹스에만 연연한다면 그 관계는 어떻게 전개가 될까? 육체만을 탐닉하다 어느 한쪽이 행위 자체에 흥미를 잃는다면 그 관계가 끝난다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물론 육체적인 관계를 매개로 정신적 교감이 이어지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사랑하는 연인관계에 있어서 섹스는 정신적 교감이 전제된 상태에서 행해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신적 교감이 충분한 연인의 섹스는 관계를 더 견고히 하고 한층 완성된 사랑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0을 훌쩍 넘은 후배가 해온 고민상담에 이렇게 말해줬다.
본인을 만나면 종착지가 항상 모텔이라는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한 번은 'No'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라고 했다. 본인의 거절에 그가 떠날까 봐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그의 뜻에 따른다는 거였다.
바보 같고 안스러웠다.
너의 거부에 떠날 사람이면 결혼 후에도 같은 문제는 반복될 거라고.
그 남자는 섹스가 사랑의 목적인 사람이라 너 아닌 섹스파트너가 필요한 거라고.
마주 보며 독설을 날리는 내 앞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울고 있는 그녀가 안쓰러웠지만,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ㅣ iris
사진 ㅣ iris, cafe 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