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우~ 대숲에 바람이 분다.
비집을 틈 없는 촘촘한 대숲으로 누가 볼세라 숨어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나무 숲이 필요했던 때가 있었다. 내놓아서는 안 되는 마음이었고 결국 말로 내어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을 때 조차도 내지 못한 말들을 삼키며 한 번쯤은 밑바닥까지 다 토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대나무 숲이 될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람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고 범위가 좁혀지고 내가 내어 놓고도 말이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람을 손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나를 나무랄지언정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사람을 손에 꼽고 또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은 접었다. 말로 내어 놓고 스스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마음이 말이 되고 난 후 의도와는 다르게 '확대일로'를 걷는 감정의 문제에 늘 머리를 쳐가며 후회했던 기억 때문이었지 싶다. 살아오면서 내가 아팠던 상황은 피하고 싶은 이기랄까? 누구나 살아가면서 대숲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터다. 그게 사람이든 장소든... 말이 날까 전전긍긍하지 않고 마음을 내어 놓을 대나무 숲!
여전히 나에겐 울창한 대나무 숲은 없고 켜켜이 삼킨 말들은 소리로 내어 놓지 못했다.
마음을 묻어 버릴 사람 하나 없나 싶다가도 '나'는 누군가의 대숲이 되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진짜 울창한 대 숲을 찾아 나서야 하는 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글 ㅣ i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