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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Dec 13. 2024

대학로 연극 [불편한 편의점] 관람기

김호연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소설 불편한 편의점


작년 어느 때 해외살이를 하며 하루하루 일에 치여 버거웠던 나는, 평온한 책을 읽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 일상이 버거울 때는 드라마나 영화 속 빌런들이나 극적인 허구의 사건들마저 피로하게 느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은 뻔하지 않고 재밌었다. 알고 보니 대학로에서 유명한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또한 불편한 편의점의 저자 김호연이 쓴 작품 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설이나 연극으로 접해보고 싶다. 특히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밀리의 서재 성우들의 연기가 무척 좋아 오디오북으로 들어볼 것도 추천한다. 



이렇게 오디오북으로 재미있게 들었던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을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보고 왔다. 어느 날 서울역에서 편의점 사장 염 여사의 지갑을 노숙자 독고가 찾아주며 시작되는 인연으로 독고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게 된다. 취업준비생 시현, 생계형 알바 성숙, 매일 편의점 야외테이블에서 혼자 술 마시는 영만,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희극작가 인경 등의 이야기이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독고는 큰 덩치와 어눌한 말투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을 구제해 준 편의점 사장 염 여사에게 은혜를 갚으려 하는 경우 있는 사람이고, 편의점을 이용하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배달을 해줄 만큼 인정이 있는 사람이다. 



연극 불편한 편의점 팸플릿

연극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독고 역을 맡은 윤토왕씨의 연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연극의 큰 매력 중의 하나는 배우의 연기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인데, 연극은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찍어둔 영상을 계속 상영하는 것이 아닌 매일 반복해서 연기해야 한다. 24년 4월부터 이어져 온 이 연극을 하며 독고 역할을 수없이 반복했을 그의 연기는 그날이 처음인 것처럼 진정성 있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날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꽤 먼 길을 갔고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또 가는 길에 혼자 넘어져서 무릎도 살벌하게 까졌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배우들의 열연을 본다는 것이 미안할 만큼 인상 깊었다. 소설을 읽으며 독고의 모습은 체격이 꽤 크고 노숙자의 행색을 벗으면 호남형의 인물을 상상했는데 딱 독고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연극 불편한 편의점 팸플릿 내부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염 여사의 캐릭터 설정이었다. 연극에서의 염 여사는 생계형 알바 성숙과 캐릭터가 거의 비슷했다. 의상도 푸근한 아주머니를 컨셉을 두고 한 것 같았다. 물론 염 여사를 연기한 배우의 연기 또한 좋았지만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뻔하게 만들지 않는 이유중에 하나가 염 여사의 캐릭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교사 출신의 염 여사는 '이런 어른이 우리사회에 있었으면...' 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음씨 좋은 어수룩한 아주머니라기보다는 강단 있는 아주머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주인공 대한 관객, 독자의 도덕적 딜레마에 있다. 독고는 내내 선한 인물로 그려지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내내 주인공 독고를 응원하며 지켜보게 된다. 그러다 이야기의 말미에 독고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스포일러 →) 독고는 성형외과 의사였다. 유령 의사에게 대리 수술을 시키고 수술받던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생겼으며 이 과정에서 병원장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아내와 딸이 독고의 이러한 행동을 경멸하며 떠나버렸다. 독고가 회계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렸지만 관객, 독자는 약간 찜찜하다. 독고는 자신이 일하는 성형외과의 범죄행위를 묵인, 가담했다. 그로 인해 무고한 사망자가 나왔다. 주인공이 이러한 과거를 속죄한다고 해서 용인해 줄 수 있나? 그를 줄곧 응원하며 바라봤던 마음도 약간 배신당한 것 같았다. (←블록을 지정하면 내용이 보여요)



다시 연극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여전히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는 불편한 편의점 연극을 한번 보실 것을 추천한다. 좌석 선정에 팁을 드리자면 당연히 중앙 앞자리가 일등이고, 사이드 앞자리보다는 중앙 약간 뒷자리가 더 나은 것 같다. 사이드로 좌석을 선택한다면 우리가 앉는 기준으로 우측을 추천한다. 우측에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있고 극 중 꽤 많은 에피소드가 벌어지는 장소다. 연극 '불편한 편의점'은 남녀노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고 특히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 잘 어울리는 연극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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