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이 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아이들은 평촌에 와서 학교, 유치원, 학원 등에서 친구들을 사귀며 잘 적응했다.
아내는 출퇴근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지만,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다고 한다.
나는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회사에 도착하니 출퇴근이 정말 편해졌다.
학교, 회사 모두 가까운 데다 상가와 공원 같은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가족 전체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족 만족도 1위는 다름 아닌 ‘1층 집’에서의 삶이다.
이사 오기 전, 우리는 아파트 23층에서 살았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뷰가 좋아 고층을 선호했지만, 막상 1층에 살아보니 또 다른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우리 집 앞마당은 마치 작은 겨울왕국으로 변한다.
23층에서는 창밖 풍경을 멀리서 감상만 했다면,
이제는 그 풍경 속을 직접 걷고 만질 수 있다.
무엇보다 1층의 큰 장점은 층간 소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예전엔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도 조마조마했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술래잡기까지 할 수 있다.
요즘은 매주 토·일요일 밤 1시간, 술래잡기가 우리 집의 고유 놀이가 되었다.
물론 1층이라고 해서 완전히 소음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1층에서 뛰면 벽을 타고 2층으로 소음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소란스러울 땐 조심시키고 있다. 다행히 윗집도 우리와 비슷한 또래 세 자녀 가정이라, 말은 안 해도 서로 이해하며 지낸다.
햇살 좋은 날엔 마당에서 일광욕도 한다.
집을 매수할 때 마당 있는 집이라고 소개받았는데, 사실 등기부상으로는 단독 사용 권한이 있는 공간은 아니다. 그래도 거의 우리 집 전용 마당처럼 사용하고 있다.
경비 아저씨께 여쭤보니,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셨다.
1층의 장점은 생각보다 많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23층에선 출근 시간 등 급할 때 마음이 더 조급했다. 가끔 택배기사님과 시간이라도 겹치는 날엔...)
두 번째는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가 편하다.
세 번째, 아이들이 단독으로 밖에 나가도 마음이 놓인다. 예전엔 놀이터 가는 것조차 불안했는데, 지금은 창문 밖으로 “들어와” 한마디면 충분하다.
네 번째. 기준층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저렴하게 사서, 저렴하게 팔면 된다. 아이 키우는 집, 노인, 장애인 등 1층 수요는 분명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작년 겨울엔 세탁기가 한 차례 얼었다.
신축 아파트에선 그런 일이 없었기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드라이기로 녹이니 금방 해결됐다.
또한 인테리어 하면서 섀시 교체 덕분인지, 집 내부는 춥지 않다.
흔히 1층엔 벌레가 많다고 하던데, 우리 집은 의외로 벌레가 거의 없다.
생활 소음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건 어쩌면 우리가 조금 무딘 편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다.
1층이다 보니 외부에서 실내가 훤히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블라인드는 필수인데 우리 집은 위아래 모두 움직이는 탑다운 방식 블라인드를 설치해서 사생활과 조망권을 어느 정도 모두 챙길 수 있다.
1층에서 지낸 이후,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고 말한 적이 거의 없다.
소리를 치지 않게 되니 아이들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자연스레 우리도 더 웃으며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이 변화는 굉장히 큰 차이였다.
그래서 자녀가 어린 가정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1층 집을 추천한다.
혹시 1층을 고민 중이신가요?
특히 어린아이, 노약자, 장애인이 계신 가정이라면 한 번쯤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