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건강검진 날 아침.
어제 학원 끝나고 밤 10시 넘어 귀가해
깊이 잠든 녀석을 비정하게 깨웠다.
검진은 오전 8시부터.
30분 전엔 도착해야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기에 부지런히 서둘렀다.
다행히 병원은 한산했다.
키와 몸무게를 재고, 선생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향했다.
다음은 소변 검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습관처럼 화장실을 다녀온 아들.
지금은... 나오질 않는다.
"아들, 힘 좀 내봐!"
"안 나오는 걸 어떡해!"
조급해진다.
1층에서 키, 몸무게를 측정한 아이들이 속속 올라와
아들을 제치고 검사실로 사라진다.
할 수 없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른 검사부터 받기로 했다.
시력은 1.5.
"아빠, 나 눈 되게 좋지?"
"뭐가 좋아? 아빠는 너 나이 때 3.0이었어."
아들이 '그게 가능해?' 하는 표정이다.
혈압, 청력 검사까지 마치고,
이제 다시... 소변검사.
물을 마시게 한 뒤,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나도 옆 칸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중심에 집중해.
그리고 아주 조용히 'she~'라고 해봐."
효과는 확실했다.
"와~ 아빠! 이게 되네!"
"너도 나중에 너 아들 낳으면 알려줘.
아빠도 할아버지한테 배운 거야."
she는 과학이고, 사랑이다.
문진까지 마치고 나니
모든 게 30분이 채 안 걸렸다.
검진이 끝나자 아들이 말한다.
“아빠, 나 안양일번가 가보고 싶어.”
병원과 가까운 안양일번가를 아들과 손 잡고 걸었다.
아들은 내친김에 밥도 먹고 들어가자며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아들은 게임, 나는 뉴스 기사를 본다.
아빠와 아들의 주말은 이렇게,
she~ 하며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