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부터
이 도시의
생명은 아니었다
나무 아래
아슴푸레 피어오르던 물안개
그게 우리가 나고 죽던
고향이었다
그러다
산이 갈라지고
길이 생기고
흙이 걷히고
나무가 눕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에게 이사는
날갯짓으로도
버거운 망명이다
둘씩 묶인 채
한 몸 되어 날아야
겨우 견딜 수 있는
뜨거운 공기
타들어 가는
아스팔트의 숨결
저만치서
사람들이 우릴 스쳐간다
징그러워
불쾌해
소름 돋아
우리는 대꾸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말 대신 짝짓음이 있으니까
부딪히고
떨어지고
깨지고도
서로를 놓지 않는 이유
우리가 마주 업고 나는 건
서로의 날개이자
유일한 고향이다
우리는 오늘도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지고
내일도
등에 짝을 업은 채
다시 떠오를 것이다
언젠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