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 대한 오해

by 이운수

사람들은 빵이 부풀어 오르는 게

효모의 꿈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 뜨거움을 견디느라

안간힘을 다해 내지르는 소리 없는 비명이다

오븐의 창 안에서

부드러워지기 위해 살이 터져야 하는 것들

우리는 그것을 노릇한 '색깔'이라고 부르고

빵은 그것을 치열한 '사투'라고 쓴다

갓 구운 냄새가 골목을 채우면

사람들은 허기를 달래러 모여들지만

정작 빵의 속살을 가득 채운 것은

텅 빈 공기 주머니들

든든하게 배를 채울 거라는 믿음과 달리

우리는 빵을 씹으며

누군가의 부풀려진 고독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인지도 모른다

식탁 위에 놓인 식빵 한 줄

가장 부드러운 중심을 얻기 위해

딱딱한 겉면을 먼저 뜯어내는 일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은 오해다

우리는 가끔 부풀려진 슬픔을 씹어 삼키기 위해

빵집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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