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하루가 내 인생이었음을

by 이운수

당신들의 하루는
새벽 어스름부터
가게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작은 슈퍼 한 칸,
하루 종일 서서
웃으며 사람들을 맞으셨지요.

밤늦게야 불을 끄고,
자식들 걱정 품은 채
짧은 잠에 드셨을 겁니다.

나는 몰랐습니다.
손끝에 밴 피로,
하루의 고단함을
묵묵히 견디셨다는 걸.

그땐 몰랐습니다.
말썽만 피우던 시절,
그 속에서 당신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당신들에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자식 하나 잘 되길 바랐던 세월.

이제야 조금은 알겠습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셨는지,
얼마나 깊은 희생을 감내하셨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칸 슈퍼에 담긴
당신들의 모든 하루가
내 인생의 기초였다는 것을.

하루 끝, 불을 끄고 잠에 들 때마다
그 속에 켜켜이 쌓인
당신들의 사랑과 희생이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습니다.

아버지,
하늘처럼 높고 너른 그 마음.
어머니,
바다처럼 깊고 따뜻한 그 사랑.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기 있을 수 없었음을
이제는 고백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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