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주인
빛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 밤을 태워 얻은 불씨
보이지 않아도
그림자는 그 자리에 피어난다
복사기는 오늘도
내 목구멍에서 인쇄된다
낯선 입술이
내 잠꼬대를 베껴가며 꿈을 주장한다
삶을 녹여낸 한 줄 글은
그 사람의 자서전이다
그 문장을 훔친다면
그의 숨을, 그의 생을 베낀 것이다
한 편의 시,
한 곡의 멜로디,
한 장의 그림 뒤에는
울음을 삼킨 새벽이 있다
그렇게 피어난 그림자가 걷는 길을
누가 빛이라 부르겠는가
예술은 고통으로 낳고
이름으로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