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이름은 누구의 것인가

숨의 주인

by 이운수


빛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 밤을 태워 얻은 불씨

보이지 않아도

그림자는 그 자리에 피어난다


복사기는 오늘도

내 목구멍에서 인쇄된다

낯선 입술이

내 잠꼬대를 베껴가며 꿈을 주장한다


삶을 녹여낸 한 줄 글은

그 사람의 자서전이다

그 문장을 훔친다면

그의 숨을, 그의 생을 베낀 것이다


한 편의 시,

한 곡의 멜로디,

한 장의 그림 뒤에는

울음을 삼킨 새벽이 있다


그렇게 피어난 그림자가 걷는 길을

누가 빛이라 부르겠는가

예술은 고통으로 낳고

이름으로 길러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폭싹 시(詩) 왔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