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까만 코다》에서 바로 넘기지 못한 페이지
눈으로 덮인 북극.
하얀 숨결만이 천천히 흘렀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엄마 곰은 아기 곰 코다를 끌어안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엄마 곰은 잠시 멈췄다.
새하얀 설원 위에서 자기 코만 유난히 어둡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 듯했다.
아기 곰 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작은 몸으로 엄마의 얼굴을 끌어안듯 파고들어
까만 코를 가렸다.
총을 든 사냥꾼의 시선이 그 위를 스쳐 지나갔다.
눈밭에는 두 개의 심장만 조용히 뛰고 있었다.
그 장면에서 나는 바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숨이 한 번 늦게 내려왔다.
왜 나는 멈춰 섰을까.
아마도 아기 곰이 아니라, 엄마 곰의 얼굴을 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몸보다 먼저 숨기려 한 선택,
도망치기보다 끌어안은 순간.
그 순간 엄마를 보호하는 작은 손길이
나를 붙잡았다.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
질문이 되는 방식으로.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