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내 경우의 '푸닥거리'는 달리기입니다. 그럭저럭 벌써 삼십여 년을 계속 달렸지만, 소설을 쓰면서 내게 엉겨 붙어 따라오는 '음의 기척'을 나는 날마다 밖에 나가 달리는 것으로 떨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삶은 사소한 짜증부터 큰 문제까지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다.고통은 때로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운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과거의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아무리 이불 킥을 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후회를 하고 욕을 해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는가이다('반응'이 아니라 '대응'이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단 그 순간을 잘 버텨야 한다.
하루키는 루틴이나 리추얼이라는 세련된 단어 대신 '푸닥거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다행히 나에게도 내가 음의 기척으로 휩싸일 때면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푸닥거리가 있다.바로 '달리기'다(수년의 경험으로 비추어보건대 효과가 매우 좋다).가끔씩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정신적 피로함, 그리고 짜증이 밀려올 때는 달려야 한다는 신호이다. 한껏 달리고 나면 정신과 몸이 온전해진다. 푸닥거리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다.문제를 오롯이 바라보고 지속적으로 뚫고 나가게 하는 힘을 준다.그것이 푸닥거리가 가진 진정한힘이다. 때문에 각자 인생의 장편 소설을 써가는 데 있어서 어떤 푸닥거리를 가지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나의 짜증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오늘도 고맙다! 내 푸닥거리!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