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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Feb 25. 2020

버티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feat. 푸닥거리

우리는 각자 인생의 소설가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란 소설을 써나가는 작가들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써 나가야 할까? 부끄럽지만 나는 솔직히 이제까지 이룬 것이 하나 없다. 돌이켜 보면 내가 봐도 '그저 세상 모르고 순진무구하게 살았구나'라는 합리화조차도 용납이 안 될 정도다.

다행히 철이 조금 들어서 인지, 최근 몇 년 전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로지 '어떻게 남은 인생을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적으로 많이 애쓰고 있다. 많이 읽고,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시도하고 있다. 그 덕에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늘 한결같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언제든 우여곡절은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지혜롭게 잘 버티며 이겨내야 할 것이다. 과연 내 인생의 장편 소설을 잘 써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힌트를 최근에 의외의 곳에서 얻게 되었다.





웰컴 투 더 하루키 월드



나는 최근 입덕했다. 여자 아이돌 가수라던가 여배우들은 아니고, 바로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다(마흔 살 남자가 기껏 입덕 한 게 70대 남자 어른이라니!).
사실 나는 하루키를 잘 모른다. 그의 명성에 비해 그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읽어 본 책도 기껏 해봤자 '1Q84'가 고작이다.
그런데 단 한 권의 책으로 바로 하루키에게 빠지고 말았다. 바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하루키 본인의 문체가 그대로 반영된 것인지 번역을 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 특유의 문체와 표현 등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 마디로 하루키와 직접 얘기를 나누듯 친근하고 따뜻했다는 얘기다.
소설가로서의 그가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은 다분히 작가 개인적이면서도 많이 와 닿았다. 본인의 소신을 지켜가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있었다. 그 속에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6p




버티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루키의 말처럼 링에 오르는 건 쉽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버티는 힘, 즉 지속력이다. 그렇다면 지속력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기초 체력'이다. 정신의 건강과 육체의 건강은 내가 장기간 나아가는 데 있어 필수인 것이다. 하루키 또한 '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 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양쪽 두 개의 바퀴입니다.
그것이 번갈아 군형을 잡으며 제 기능을 다할 때, 가장 올바른 방향성과 가장 효과적인 힘이 생겨납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99p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루키가 선택한 것은 '달리기'였다. 달리기를 루틴화 하여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이 참 반가웠다. 30여 년을 달린 하루키에 비하면 이제 2년 여를 달린 나는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뭔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또 다른 힘을 보태주었다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
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이래저래 따질 것 없이 그냥 달렸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86p





루틴보다 '푸닥거리'


참고로 내 경우의 '푸닥거리'는 달리기입니다.
그럭저럭 벌써 삼십여 년을 계속 달렸지만,
소설을 쓰면서 내게 엉겨 붙어 따라오는
'음의 기척'을 나는 날마다 밖에 나가 달리는 것으로 떨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325p


하루키는 루틴이라는 세련된 단어 대신 '푸닥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왠지 푸닥거리라는 단어가 더 정감이 간다.

'일상이 바뀌면 일생이 바뀐다'고 했다. 내 인생의 장편 소설을 써가는 데 있어서 어떤 푸닥거리를 가지고 있느냐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할 듯하다.

각자 인생의 소설을 써가는 이들의 푸닥거리를 응원한다. 지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잘 버티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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