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시작할 때 나이가 핑계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신체적으로나 생산성 등 특정 분야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인생 전반에 걸쳐서 나이가 무언가를 못 하는 이유로 일반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어른'은 아니다는 의미에서다. 어른 답지 못한 어른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뿐인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 행세하다가는 꼰대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나이가 반드시 지혜를 뜻한다기보다는 '지혜로운 어른'만이 진정 지혜가 있는 건 아닐지.
16인의 '진정한' 어른들을 만나다
최근 '진정한 어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다. 이 책은 2015년부터 <조선비즈>에 연재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중 SNS에 가장 많이 공유됨과 동시에 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인터뷰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인터뷰의 주인공들이 자기 분야에서 30년 이상 현역으로 일하는 '평균 나이 72세의 어른'들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연예인부터 변호사, 사업가,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 블로거 등 분야도 다양했다. 일과 삶의 영역 모두에서 통찰과 영감을 주는 평균 나이 72세 어른들의 인터뷰 속에서 갑질 고발과 세대 갈등이 증폭된 시대,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진짜 어른들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다 저절로 정자세를 취하게 됐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 장강명 소설가
운을 읽는 변호사
출처 : 조선비즈
16인의 어른들 모두가 각자 인생의 철학자로서 배울 것들이 정말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한 사람을 뽑으라면 바로 '니시나카 쓰토무'이다.<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그는 일본에서 50여 년간 존경받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만 명이 넘는 의뢰인들의 삶을 통해 깨달은 ‘운이 좋은 삶’을 사는 비결을 말하고 있다.
운이란 하늘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것. 가능한 다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 나의 운은 항상 남의 운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것.
특히, 도덕과학이란 학문 분야와 운을 연결 지어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살아 있는 한 인간은 계속 도덕적 과실을 치르는데 평소에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내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그의 ‘운이 좋은 삶’을 사는 비결에 관한 수업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도덕적 과실을 깨닫고 사세요. '남들 다 하니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도덕적 잣대를 갖고 살아야 불운을 피할 수 있어요.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44p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내 나이 이제 '겨우' 마흔이다(라고 말하면 주위에서는 '벌써' 마흔이야!라고 하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에 연연해해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매번 앞자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20대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30대는 어떤 모습일까 등등.
올해 마흔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40 대란 나이가 기대되고 기다려져 왔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한 지금의 나는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나이라 한다. 솔직히 이삼십 대보다는 사회적으로도 어른으로 보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다고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 앞에서 나이를 무기로 위시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겸손하게 배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삶,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수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들이 들려준 말은 삶이 그 증거이기에 공허하지 않았고, 그들이 살아낸 삶은 그들이 살아낸 시간이 그 증거이기에 울림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