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워를 할 때 춤을 추는 버릇이 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를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르며 미친놈처럼 한껏 춤을 추고 나면 그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물론 춤보단 몸짓에 가깝다). 매번 틀어 놓는 노래는 디스코부터 댄스, 힙합 등 다양하지만 한 때 나의 욕실 댄스 애창곡 1위는 '지코의 Artist'였다. 비트와 멜로디가 신나기도 해지만 특히 가사가 무척이나 좋았다.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 집 거울 앞에서 제일 감각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아티스트'였다.
From now on 모든 것을 백지로 되돌려 놓고 생각 말고 저질러 붓은 네가 쥐고 있어 제일 감각 있잖아 자기 집 거울 앞에선 yeah~
- 지코 'Artist' 가사 중
예술가처럼 생각하라
우리는 급박한 문제들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기후 변화, 테러리즘, 빈곤 등 큰 문제들이 쉽게 떠오른다. 힘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넘을 수 있는 장애물들이다. 예술가처럼 생각할 때, 그리고 동물처럼 행동하기를 피할 때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다. 이 사실을 믿어야 한다.
- <발칙한 예술가들>, 23p
예술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창조성'일 것이다. 창조성은 그야 말대로 예술가한테 잘 어울릴 법하다. 그런데 저자는 창조성이라는 것이 비단 예술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발칙한 예술가들>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조성을 어떻게 자극하고 키워내는지, 창조성이 어떻게 풍요로운 삶의 단초가 될 수 있는지를 얘기한다. 예술가들의 관점으로부터 배운 삶의 자세를 통해서 누구나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누구나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미켈란젤로처럼 조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예술가처럼 생각은 할 수 있다.
- <발칙한 예술가들>, 5p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그것은 어쩌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그들이 물어보지도 않는 내 감정과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신적인 용기이다.
- <발칙한 예술가들>, 222p
사람은 누구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반면, 비난이나 수모 등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창조할 때 사회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회피하는 선택을 하곤 한다. 그 순간에는 안도감이 느껴지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사는 곳이 바뀌고, 사회는 진화하고, 권력은 이동하고, 새로운 기회가 생겨난다. 예민하게 깨어 있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와 기회를 감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창조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기가 없다면 결국 세상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예술 형태로든 자신의 세상을 창조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 조지아 오키프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다
"중요한 것은 감동받는 것, 사랑하는 것, 희망하는 것, 떨리는 것, 사는 것이다" - 오귀스트 로댕(286p)
창조성 중심의 경제에는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개인이 필요하다.
창조성이 따로 있고, 없는 허구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누구나 고유의 장점을 지닌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발칙한 예술가들>, 277p,283p
욕실 밖에서 나는 어떠할까? 나는 타인 앞에서 춤추는 것을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본 사람들은 눈을 버리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흥이 있는 나의 기질도 한 몫했겠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건 용기였다.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고민하던 때, 스스로 내린 답은 직업으로서의 예술가가 아닌 '삶 자체를 예술로 살아가고 싶다'였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런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걱정이나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를 믿고 떳떳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듯하다.
글을 마치는 이 순간 욕실은 아니지만 '지코의 Artist'를 흥얼거리며 몸을 움직여본다. 우리 각자가 자기 인생의 용감한 아티스트가 되길 바라며!
We are we are we artist baby~ We are we are we artist baby~ Hey Life is short Art is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