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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Feb 16. 2020

이태원 클라쓰

feat. 권력에 대처하는 자세


중졸 전과자, 권력에 맞서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웹툰이 있다면 단연 <이태원 클라쓰>다. 빠른 전개와 어느 한 명 버릴 것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가슴에 꽂히는 명대사들이 웹툰을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줬다. 그런데 그 웹툰이 최근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그때 느꼈던 감동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태원 클라쓰>의 스토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중졸 전과자의 파란만장 성공 스토리'이다. 소신 있게 살라는 아버지의 가훈을 늘 가슴속에 담고 있는 주인공 '박새로이'는 전학 첫날부터 같은 반이자 인생의 숙적 '장근원'과 얽히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장근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요식업계 1위 기업 '장가'의 후계자로서 회장이자 아버지인 '장대희'의 후광에 힘입어 극악무도한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학교의 선생님들도 경찰들도 장가의 권력 앞에서는 모두 눈 뜬 장님 들일뿐이다. 이런 장가와 엮이게 되면서 주인공 박새로이는 경찰이라는 꿈도 잃고 하나뿐인 가족 아버지마저도 잃게 되면서 절대 권력을 향한 복수전을 시작한다.


'소신 있게 살자'라고
가훈을 정했지만
난 그렇게 못살았지.
넌 나랑 달리 가슴 펴고 살길 바랐는데,
오늘 보니 그렇게 살고 있더라구.
앞으로도 그렇게 살어, 아들!

- 박새로이 아버지의 대사




셰익스피어에게 배우는 권력의 원리



세계적인 대문호와 세계적인 연구가의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홀베르그상 수상자이자 저명한 셰익스피어 연구자 '스티븐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독재자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권력을 잡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와도 놀랍도록 닮아 있으며, 그의 작품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폭군》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시대 최고의 교양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독재자는 과연 정치에만 국한되는 개념일까? 책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자신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잔인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대하는 사람.

- <폭군>, 263p


그렇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각종 모임의 행사를 제멋대로 결정하는 동호회 회장, 대학에서 자기 의견만 바르다고 내세우는 교수, 종교 단체에서 자기의 얘기만이 정설이라고 내세우는 종교 지도자, 정계에서 상대방은 모두 악이고 자기만이 오로지 선이라고 주장하는 정치가 모두가 독재자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권력이 있는 곳에서 독재자가 생겨나고, 권력은 모든 인간관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독재자를 도와주는 사람들



독재자는 그들의 성격과 가정환경 등 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외적 요인으로도 탄생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재자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책에는 여섯 가지 부류의 독재자를 돕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를 요약해보면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1. 독재자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
이들은 대부분 독재자의 실체와 진상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 당한 일반적인 우리 대중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그저 속고만 있는 우리들에게는 과연 잘못이 없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모르는 만큼, 성숙하지 못한 만큼 우리가 선택한 자들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이다.​

2. 독재자가 도덕을 위반해도 모든 일이 그런대로 굴러가리라 보는 사람들
이들은 독재자의 정체를 알지만 괴롭힘과 폭력의 위협에 겁을 먹거나 무기력해져서 대항을 멈춘 사람들이다. 개개인의 상황과 사정이라는 것이 있기에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이 역시도 결국 독재자가 군림하는 것을 도와주는 격이나 다름없다.​

3. 독재자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
이들은 독재자와 똑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중이라기보다는 독재자처럼 지위와 권력이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대중을 혹세무민 시키는 주체들이며 이들 중에서 또 다른 독재자가 나온다. 독재자와 함께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독재자들을 돕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우리 스스로가 독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드라마 속 한 장면을 통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가게 영업 정지라는 처벌을 앞둔 박새로이 앞에 장근원이 비열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오자 박새로이는 이를 단박에 거절한다.
장근원이 나쁜 놈인 것은 알지만 자존심과 고집을 내려놓고 딱 한 번만 도움을 받으라는 여주인공의 말에 박새로이가 내뱉은 말은 가슴속에 깊이 와 닿는다.


순간은 편하겠지.
근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 박새로이의 대사




권력에 대처하는 자세


출처 : JTBC 홈페이지 <이태원 클라쓰>

<이태원 클라쓰> 원작 웹툰의 결말은 박새로이의 통쾌한 승리로 마무리된다. 드라마야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물론 웹툰과 드라마는 다분히 판타지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그저 판타지속 사이다로써 위안 삼고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속에도 분명 교훈으로 취해야 할 우리들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새로이가 선택한 것은 책과 공부를 통해 실력과 꿈을 키우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안티프레질하게 만들기 위해 9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견뎌낸다. 너무 교과서 모범 답안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아웃풋식의 독서를 하고 공부하여 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문해력이 높아져야 혹세무민 당하지도 않고 우리의 손으로 독재자를 뽑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권력이 생겼을 때 또 다른 독재자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수많은 '박새로이'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고 그런 독재자를 경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폭군> , 264p


<참고 : 폭군, 스티븐 그린블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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