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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Jul 20. 2020

인간관계에서 배운 삶의 본질

feat. 고통의 자원화

내 맘 같지 않은 인간관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해왔어도 결국 질투심에, 인정의 욕구에, 사리사욕에 관계가 틀어진다. "함께 한 시간이 신뢰를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물론 관계의 문제라는 것이 일방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돌을 던져놓고 상대가 아파하니 왜 피하지 못해서 자기를 나쁜 사람 만드냐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돌을 던진 것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기에 앞서 돌을 던지기 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얘기는 것이 순서 아닐까.

인간관계는 늘 어렵다. 어느 한쪽이 잘한다고 나아지지가 않을뿐더러 인간은 자기 합리화를 아주 잘한다. 자기에 관해서는 맥락 없는 맥락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 "인간의 고민은 전부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이다"라고 했다. 이 말에 공감을 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의 고민은 전부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간


일정한 모양의 빵을 계속 구워내는 빵틀처럼 인간관계에는 틀이 있다. (...) 문제는 그 기본 틀이 어린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기본 틀은 '아이-어른'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어른-어른'관계에는 맞지 않는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아이-어른'의 관계틀을 '어른-어른'의 관계틀로 바꿔야 한다.

- 9p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바로 '공감'이다. 특히 아이에게는 더욱 중요한데 부모와의 관계에서 반복적인 공감의 실패는 아이에게 애착손상과 자아 발달의 왜곡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는 자신의 기호, 감정, 취향, 욕구 등을 신뢰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하게 되며, 바운더리가 제대로 발달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부모의 문제는 아니다. 부모의 양육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기질도 무시할 수 없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관계방식으로 오늘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상대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관계방식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계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릴 때 경험이 바운더리 형성에 크게 영향을 주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자각과 훈련을 통해 자신의 바운더리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운더리 심리학이란?


<관계를 읽는 시간>에서 저자는 '바운더리 심리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바운더리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과의 경계이자 통로'를 말한다. 바운더리로 인해 나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바운더리의 핵심 기능은 '보호'와 '교류'이다. 바운더리는 자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바운더리가 잘 발달하지 못하면, 즉 보호와 교류간의 균형이 적절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책에서는 균형이 깨진 바운더리의 4가지 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순응형 - 누군가와 불편해지는 건 너무 싫어
이들은 타인중심적이며 거절이나 자기주장을 못한다. 필요 이상으로 눈치를 보고 상대의 기분이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상대에게 맞추느라 정작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취향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2. 돌봄형 - 네가 기뻐야 나도 기뻐
이 유형은 '과잉책임감 덩어리'이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타인의 삶과 문제에 자신이 개입하여 책임을 지려고 한다. 심지어 가족보다 주변 사람 문제에 더 신경 쓴다. 하지만 이들은 인지적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상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한다.

3. 방어형 - 나한테 신경 좀 쓰지 마
방어형 사람들은 관계에 항상 선을 긋고 거리를 둔다. 이들은 '관계의 고통'보다는 '혼자 있는 외로움'을 택한 사람들이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의 도움을 잘 받으려고 하지 않으며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다.

4. 지배형 -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이 유형은 병적인 자기애라고 할 정도로 '자아중심성'이 강하다. '자기우월감', '특권의식'을 갖고 있어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힘으로 지배하려 한다. 이들은 관계를 '힘의 대결'로 보기 때문에 늘 우위에 서려고 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는 질투심을 크게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찬사와 인정을 받으려 하고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한다.

4가지 유형 모두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 애착손상의 반복과 자아 발달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다. 때문에 자신들이 겪은 손상과 결핍을 타인을 통해서 채우려고 한다. 하지만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내 뜻대로' 바꾸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회피보다 복구가 중요하다


책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적절한 애착손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적절한 애착손상은 세상을 헤쳐나갈 독립심을 주고, 자아중심성에서 벗어나 상호적인 관계를 맺어갈 기초가 되고, 대상의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을 바라보고 통합할 수 있는 시야를 주기 때문이다. 좌절은 발달의 중요한 요소이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갈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다시 회복했다는 것을 뜻한다. 상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 모든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고통을 동반한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화하여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 지를 생각해 보았다. 자칫 이러한 유형들에 대해 배우는 것이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닌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자각함으로써 나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아닐까 한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이기 때문에 나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작이 나일 수는 있다. 나라는 사람의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상대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관계를 재고하고 끝내는 현명함도 필요할 것이다.

인간관계를 넘어 고통은 '삶의 본질'이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도 없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도 없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고통의 자원화'이다. 우리는 몸이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몸을 돌본다. 이렇듯  삶에서 고통이 느껴진다면 우리 삶을 돌봐야 하는 갓이다. 과거의 후회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의 불안함에 걱정하지 않으며 현재 나의 일상에 집중하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 '성장통'을 겪으며 나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통을 자원화하여 성숙해지는 것!'
그것은 고통에 대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태도다.


- 13p





* 참고 :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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