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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Jul 26. 2020

역사에서 찾은 인류의 희망

feat. 교양은 덤

경청이 어려운 이유


우리는 대화를 할 때 흔히 '경청'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히지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어려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배경지식'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배경지식이 없는 사항들에는 대개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는 얘기들을 진중히 들어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한 때는 이런 고민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조언은 "마음을 넓혀라"였다.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리도 이런 소리가 없다. 마음을 대체 어떻게 넓히라는 것일까?

나는 가끔 우스갯소리로 어르신들에게 한국 근현대사를 배웠다고 얘기하곤 한다. 영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남녀노소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어르신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대부분 본인의 과거 무용담이고 그 이야기 속에는 시대적 배경이 나오기 마련이다. 나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고 공감 안 되는 그런 얘기들을 듣고 있을 때면 보이지 않는 피가 귓구멍에서 흐르곤 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렇게 쌓인 고통의 시간들은 다른 어르신들과의 소통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 되어주었다. 폭넓은 배경지식은 곧 '교양'이기도 하다. 내 맘대로 안 되는 마음을 넓히려고 하기보다는 교양을 넓히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당신의 교양을 넓혀 줄 빅 히스토리


나는 보통 해외나 타 지역을 여행할 때면 그곳에 관련된 역사책들을 꼭 읽는 편이다. 그 지역에 대한 이해는 내가 여행에 몰입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사진도 중요하지만 그 지역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여행은 나에게 조금 더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문제는 역사책을 읽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책들이 가진 방대한 정보의 양, 사람들 이름, 생소한 지명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년도의 숫자들에 치이다 보면 막상 읽고나도 남는 게 없었다. 검은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종이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물론 저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나의 문해력 수준의 문제이겠지만).

얼마 전 좋은 기회로 '재미있는' 빅 히스토리 서적을 한 권 읽게 되었다. <사피엔스>와 <모기> 이후 빅 히스토리에 관심이 많아진 나에게는 교양을 넓힐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다. 바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이다. 저자인 '타밈 안사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이슬람과 서구 양쪽 문화권을 경험한 그의 배경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시선을 갖추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인 셈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이상적 사회는 안정된 사회였다. (...) 인간이 기울이는 노력의 원대한 목표는 사회적 조화였다. (...) 명 왕조 시절 당대인들의 원대한 과업은 과거의 수준에 다시 도달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내향적일 뿐 아니라, 회고적인 사회가 되었다. (318~319p)

서기 1500년, 과거의 복원이라는 과제는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격동의 14세기가 찾아오기 전에, 대다수 사람은 본인의 삶이나 자식의 삶이나 손자의 삶이 나아질 가망이 거의 없는 불쌍한 소작농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는 더 비참했다. 과거는 전혀 그리워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 당시 유럽인들이 매료된 과제는 전진이었다. (333p)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복원의 서사'를 가진 동양과 '진보의 서사'를 가진 서양의 역사였다. 동남아시아권 문화의 원류가 된 중국 역사와 서양 문화의 원류가 된 유럽 역사의 배경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동양과 서양 문화 차이점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또한 각자의 맥락에 맞게 이룩해 온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는 없지만 각자 동양과 서양의 역사가 갖고 있는 서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길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살펴봐야 한다.

- 19p





역사에서 찾은 희망


현재도 전 세계는 지구라는 커다란 서사 속에서 각자가 가진 맥락의 서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 왔듯 다양한 서사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의도를 했든 안 했든). 중요한 것은 인류는 각자의 살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는 관계를 맺으려면 맥락을 중시해야 한다. 맥락은 서로를 구별하도록 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다른 서사를 이해함으로써 인류가 더 나은 '우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는 독자들의 흥미를 만족시켜 줄 다양한 충돌과 연계의 서사들이 가득하다. 그동안 역사책들의 진입장벽에 어려움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조금은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미와 교양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끽해보길 추천한다.


오늘날처럼 놀랍고 광대한 세계에서 인류는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한다는 과제를 위해 전 세계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을까?

- 데이비드 크리스천, 빅 히스토리 연구의 창시자





* 참고 :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타밈 안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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