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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Mar 07. 2021

'예언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실험가'가 되자

feat. 실험의 힘

당신은 얼마나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가


작년 한 해 동안 당신은 얼마나 많은 실험에 참가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실험에 참가한 적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보고, 구글을 통해 검색을 하고,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보는 일련의 행동들이 바로 실험에 참가했을 확률이 크다.
보통 '실험'이라고 하면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이론적 연구만 하는 학문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실험은 이제 학문적 연구를 위한 도구로 쓰이던 역사적 역할에서 벗어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예전부터 실험을 활용해 왔고, 구글, 페이스북, 우버 같은 테크 기업들은 물론, 정부 또한 매년 수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 비즈니스, 마케팅, 정책결정, 조직경영 등 많은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험이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에 접속되지 않는 벙커에 살지 않는 한 당신은 작년만 해도 많은 실험에 참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 <실험의 힘>, 7p





실험의 힘


실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깨닫고 발견하면 나쁠 것이 없다. 실험 결과를 활용해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정부에게 좋은 것이고, 실험 결과를 활용해 인적 자원의 운용을 개선하고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기업에게 좋은 것이다. 또 실험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치밀하게 관찰하면, 조직원과 소비자와 국민에게도 좋은 결과를 안겨 줄 수 있다.

- <실험의 힘>, 8p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그야말로 데이터 홍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가 많다는 것이 단순히 좋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 잘 선택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다고 한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우리 대부분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직과 추측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 물론 직이나 추측이 무조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은 일반화시키기에는 너무나 편협하고, 추측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직보다 '증거(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이 더 낫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직과 추측에 기대는 것이 아닌 증거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줄 도구가 바로 '실험'이다.


실험은 증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직관과 추측을 보완한다.

- <실험의 힘>, 7p





조직에서 실험이 중요한 이유


조직은 실험을 통해 어떤 프로젝트가 효과적인지 알아내고,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또 이런 행동 경제학에 기반을 둔 조직들에서, 실험은 정책 목표를 달성할 목적에 사용되기도 한다.

- <실험의 힘>, 216p


작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지 않은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있는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고객과 대면을 통한 마케팅과 영업을 주로 해야 하는 업종인만큼 오프라인 체제의 축소는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연초에는 코로나는 곧 없어지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라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금방 지나가. 하던 대로 그냥 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도대체 무슨 증거를 기반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가 의아했지만, 어쨌든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리더가 만든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지만 코로나는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에도 차츰 심각한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하곤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곧 끝날 거다, 그냥 하면 하던 대로 하면 된다." , "이럴 때일수록 열정을 불살라서 고객을 더 만나라." 등의 얘기만 있을 뿐이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더불어 사람들이 가진 불안함과 위생에 대한 인식이 변함에 따라 대면 자체를 꺼리는 마당에 우리가 원한다고 고객을 더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출근과 한 달에 한 번 있는 워크숍 등을 진행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훌륭한 리더라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있어야 하고, 실험을 통해 불확실한 세계에서 최선의 선택안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가 인도하는 조직은 항상 배우고 적용하는 조직이며, 실험은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실험을 회피하는 태도는 조직의 자원을 낭비하는 짓이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시도하는 전략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기 십상이다. 또한 실험 회피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증거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로 비화되기에 충분하다.

- <실험의 힘>, 273p


이러한 상황 가운데 운이 좋았던 것은 작년부터 참가한 '체인지그라운드'의 독서모임인 '씽큐베이션(현재는 씽큐온)'에서의 경험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모임이 전면 중지되고, 대신 줌(zoom)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화상 토론을 도입했던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줌을 통해 '충분히(!)' 얼굴을 보며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과 멀리 있는 사람과도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도 적용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반응은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데 화면을 보고는 소통을 하면 안 된다나(갖다 붙이기는 잘 갖다 붙인다). 물론 조직 내 나의 지위가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에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서운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 우리가 평소 해오던 것을 할 수 있는 때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정적이지만 내 팀 차원에서 줌을 통해 소통과 토론을 시작했다(감사하게도 팀원분들이 너무나 잘 동참해주셔서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시작은 어색했지만 함께 꾸준히 해나갔다. 어떤 날은 그저 수다만 떨더라도 잠깐씩 얼굴을 보고 소통을 하며 팀워크를 유지하고 노력했다. 그렇게 점점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자 팀원들도 줌을 활용해 고객을 상담할 수 을 정도가 되었고 몇몇의 작은 성과들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실험하면 답을 간단히 구할 수 있는데 그 문제를 두고 토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 <실험의 힘>, 119p





'예언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실험가'가 되자


스탠퍼드의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앨빈 로스'는 한 번의 특별한 실험보다 '일련의 실험'에서 배운 것을 자주 언급한다. 다양한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되풀이할 때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실험의 힘>, 166p


재미있는 것은 1년 정도가 지난 지금이다. 여전히 전반적으로 조직내의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아직도 "코로나가 끝나면 하던대로!"를 외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줌을 활용하려는 사람들과 팀이 많아졌고, 심지어는 배우기 위해 우리 팀에 동참하거나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이건 내 자랑이 아닐뿐더러 나의 공도 아니다. 나보다 실질적으로 더 고생한 1등 공신들은 팀원분들이기 때문이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과연 코로나가 끝나면 예전과 동일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 상태로 돌아간다면 우리가 평소 하던 것은 그대로 잘해나가면 된다. 그렇다고 시도했던 작은 실험들이 헛수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하던 것에 새로운 능력치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반대로 세상이 변화하면 그때는 미리 실험했던 경험과 데이터들이 한 발 앞서 나가는 데에 중요한 무기가 될 수 도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예측한 것이 마치 예언이기라도 한 것 마냥 믿는다. 아무런 데이터도 증거도 없이 내가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언제 끝나냐를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사소한 실험 하나라도 더 시도해보고 거기에서 얻은 것들을 토대로 현실을 대응해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더욱더 불확실하고 복잡해지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직과 추측이 아닌 '실험적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예언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실험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실현가'가 되아야 한다.


모든 훌륭한 과학자가 하는 것을 하자.
실험하자!

- <실험의 힘>, 289p





* 참고 : <실험의 힘>, 마이클 루카/맥스 베이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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