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0미터, 8000미터 올라가면 철학적인 생각이 막 떠오를 것 같죠? 그런데 안 그래요.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울 때 제 얼굴이 나옵니다. 비로소 가면을 벗는 거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맨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 영화 <히말라야> 중에서
첫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을 때의 일이다.그날따라 맞바람이강하게 불어 레이스가 너무 힘들었다.게다가 34km 지점을 지났을 때부터 생각지도 못한 왼쪽 장경인대의 통증으로 막판엔 거의 걷다시피완주를 해야 했다.생애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거라 기대도 되었는데, 결국 완주의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더랬다.
'아.. 바람만 아니었어도...',
'부상만 아니었으면...'
'다른 러닝화를 신고 달릴걸...'
사람은힘들 때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다.나 역시도 그러했다.완주 후의 아쉬움을 자꾸만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하지만 외부 탓을 하면 그 순간부터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날씨는 내가 통제할 수 없고, 부상또한 예측할 수 없다.마냥 좋은 날씨와 완벽한 몸상태이기만을 바라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그보다는궂은 날씨에도 잘 달릴 수 있는레이스 운영 요령을 배우고,평소 부상 예방을 위한 보강 운동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을 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