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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희 Feb 02. 2022

눈에 담아야 마음에 담긴다

쓰담쓰담 짧은 글쓰기 -하늘-

눈에 담아야 마음에 담긴다.


몸통이 팔뚝만 한 뱀을 본 날 밤이었다.

계곡이 없는 깊은 산속의 여름 야영장은 손님을 몇 명 태우지 않은 낡은 바이킹 같았다.

그 작은 소란함마저 어둠이 찾아오자 스르르 물러갔다.

몇 시나 되었을까, 물을 필요가 없는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넓은 야영장 마당에 돗자리를 펼쳤다.

늘 있기에 늘 뒷전이던 하늘이 말을 걸어왔다.

“오빠 별 이야기 좀 해줘 봐.”

평소에 말 좀 해보라면 머리를 긁적이는 남편이 별자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느라 목이 아팠던 나와 아이는 땅에 등을 대고 누워버렸다.

자장가 같은 남편의 목소리에 아이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시간이 별들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오빠, 조금 춥다. 들어가자.”


늘 있는 하늘도 눈에 담아야 마음에 담긴다.

늘 있는 시간도 마음에 담아야 추억으로 남는다.


#추억으로 남는다고 좋을까

#추억으로 담긴다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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