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啐啄)
쓰담쓰담 짧은 글쓰기 -책 속 한 구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 데미안 –
줄탁(啐啄)
한 번도 알을 깨고 나온 적 없는 새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다.
우물 안 개구리가 바다를 알 리 없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폭풍우를 만나거나 지네라도 마주치면 크로머를 만난 싱클레어처럼 혼쭐이 나는 것이다.
연약한 새가 넓은 세상을 보았다고 혼자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를 감당할 수 없는 작은 새에게 넓은 하늘과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다.
‘나는 할 수 없어’ 포기도 하고 ‘이만하면 됐지’ 안주도 한다.
그러나 폭우가 가난한 동네를 피해서 몰아치지는 법은 없고 허술한 집에 비가 더 많이 샌다.
방법은 하나다.
알을 깨부수고 나아가 비구름보다 더 높게 날아오르는 것이다.
혼자 힘으로 알을 깨부수기는 쉽지 않다.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줄탁이 필요하다.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를 줄(啐),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껍질을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용기를 내어 쉼 없이 소리를 내어야 누군가가 나의 sos신호를 들을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응답하는 이가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나는 또 두드리겠지.
지금 나의 줄(啐)은 쓰기이고 나의 탁(啄)은 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