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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희 Feb 03. 2022

내가 사랑하는 정인

쓰담쓰담 짧은 글쓰기 - 친구 -

내가 사랑하는 정인


내게는 사랑하는 정인이 있다.

그녀는 나의 오래된 애인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죽마고우다.

달덩이 같은 얼굴의 굴욕사진도 찌질했던 짝사랑의 역사 같은 비밀도 공식적인 짝보다 더 많이 알고 있기에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애인이다.


오늘은 그녀의 비밀 몇 가지를 털어놓고 싶다.

사실 그녀는 인색하다.

좋은 일이 생겨도 나쁜 일이 생겨도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좋은 일은 자랑인 것처럼 보일까 봐 삼가고 나쁜 일은 다 지나가야 담담히 털어놓는다.

세계 자연유산보다 더 예쁜 두 딸들은 자주 자랑해주면 좋겠다.


그녀는 부끄러움이 많다.

'이웃 돕기에 몇 만 원식 보내는 것, 시사프로그램의 불쌍한 사람들을 보며 눈물짓는 것, 나라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다고 한탄하는 것, 그런 것들로 책임을 다 했다고 위안 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는 부끄럽다고 한다.


그녀는 웃을 때 소리가 없다.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작은 얼굴 가득 큰 보조개를 만들고 허리를 굽혀 웃는 모습은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올림머리를 한 그 영화 속 주인공은 오드리 헵번을 닮았다.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몰라 볼 리 없었다.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추종자들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태양빛 같은 도도함에 주춤 물러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그녀는 쉬는 날엔 세수도 안 해, 사실 그녀는 밥보다 술을 좋아해, 사실 그녀는 눈물도 많아.”

나는 경쟁자를 물리치려고 이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기도 했다.

그녀의 반전 매력에 함께 빠진 사람들이 여전히 함께 곁을 지킨다.


나는 정이 많고 어진 그 사람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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