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 포옹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내가 잘해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인정과 함께 보호와 응원을 간절히 바란다는 더 큰 뜻이 포함되어 있다. 포옹은 고도로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우리 문화가 놓친 어떤 것, 즉 우리의 '의존성 와 연약함'에 대한 적극적 인정을 상징한다.
알랭 드 보통 <평온> p169
엄마, 오빠와의 포옹은 반갑다는 인사다. '잘 다녀와', '오늘도 수고했어' 하는 소리를 품고 있다. 아이들과 나누는 포옹은 잘 맞지도 않은 과녁에 쏘아대는 사랑의 화살이다. '지켜줄게'라는 의지를 품고 있다. '의존성과 연약함에 대한 적극적 인정'의 포옹은 언니에게 안길 때다.
언니와는 아주 가끔 포옹을 한다. 힘이 들 때나 힘들겠구나 싶을 때 안아주고 안긴다. 빈도는 낮지만 농도는 높은 그 포옹은 짜릿하다. 좋은 것을 표현할 때보다 힘든 것을 나눌 때 포옹의 진정한 치유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그런 묵직함이 있다.
오늘은 별일이 없어도 언니를 좀 안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