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휴가가 삶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때로 진실을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부드러운 모래가 나른한 꿈처럼 펼쳐지고, 뜨거운 태양 아래 올리브가 익는 곳에서의 휴가를 닮은, 미혹으로 가득 찼지만 아름다운 거짓말이. 하지만 여름의 끝을 알리는 폭우마저 그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트렁크를 창고 깊숙이 넣어두어야 한다. 틀림없이 쓸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이지만, 계절은 바뀌고, 괄호 안에 넣어두었던 것들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김없이 찾아오니까.
백수린 산문집 '다정하게 매일매일'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