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문장수업> 출간 고가 후미타케 인터뷰
머릿속 생각은 많은데 글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쩔쩔매거나, 자기소개서, 기획서 쓰다가 좌절해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지만, 일단 글쓰기의 길에 접어들 수 있게 해주는 ‘감’은 필요하다. 그럴 땐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고가 후미타케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다독’, ‘다작’, ‘다상량’을 강조하는 기존 작법서의 틀을 벗어난 약간 삐딱한 작법서 <작가의 문장수업>을 통해서 말이다.
‘실전’에서 터득한 대중들이 쏙쏙 흡수하는 글쓰기
‘아들러 심리학’ 자기계발서 저자가 갑자기 웬 글쓰기 책을 썼느냐는 궁금증을 가지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이때 <미움받을 용기>가 어떻게 쓰여졌는 지만 생각해 봐도 우리가 그의 글쓰기 책을 참고해야 할 이유는 명백해진다. 공저자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탄탄한 학문적 기반이라는 원석을 제공했다면 프리랜서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의 글 솜씨가 더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사상을 접할 수 있게 한 셈이다. 아무리 가치있는 내용이라도 대중들이 쏙쏙 잘 흡수할 수 있는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미움받을 용기>의 성공은 보여준다.
일본에서 약 80만 부, 합계 450만 부에 이르는 책을 출판한 베테랑 프리랜서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졸업 작품을 만들면서 그는 자신에게 치명적으로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고 좌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환점에서 택한 길이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24세에 프리랜서로 독립해, 30세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을 집필하는 길에 들어선다. 고가 후미타케는 본래부터 문학이나 문예창작을 공부한 경우가 아니기에, 그의 책은 보통의 글쓰기 교과서엔 없는 실전 글쓰기 교훈들로 가득하다. 가령 ‘글을 쓰다 막히면 폰트를 바꿔보라’, ‘영화에서 편집을 배워라’같은 독특한 조언들도 등장한다.
작가는 머릿속 생각을 번역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작가의 문장수업>에서 그는 특유의 표현들로 독자들이 글쓰기의 감을 잡도록 도움을 준다. 가령 작가는 머릿속에서 언어화되지 않고 맴도는 생각을 ‘뱅글뱅글’이라고 표현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말로 표현하는 걸 ‘번역’ 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표현을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로부터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배우나 스태프와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는 결국 그림 콘티를 수없이 많이 그려서 다채로운 색을 입힌 다음 한 장씩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스태프와 함께 이미지를 공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그야말로 번역가 같은 작업이구나’라고 생각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 ‘표현이란 머릿속의 이미지를 번역하는 일이다’라는 발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머릿 속의 관념을 표현한 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과감히 깨고 글쓰기에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방법을 도입할 것을 권한다. ‘글쓰기에 카메라워크를 적용하라’, ‘소리내어 읽으며 문장을 확인하라’, ‘글쓴이는 내용뿐만 아니라 ‘외면’에도 신경써야 한다‘같은 조언을 제공하면서 말이다.
“예컨대 우리가 신문을 읽을 때,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보는’ 것입니다. 일단 ‘본’ 후에 ‘읽는다’는 행동이 따라오고, 그 다음에 ‘이해한다’는 순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문장의 외면을 신경 쓰는 것도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보통 개인의 창조적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라 생각하지만 그의 글쓰기에서 처음과 끝에는 항상 독자가 있다. ‘독자에게 제대로 전해져야 비로소 문장이다’, ‘남의 일이 아닌 독자의 일로 만들어라’같은 조언을 보면서 글쓰기의 사용자 중심주의란 인상까지 받는다. 실용적 글쓰기에서 확실히 유용할 조언이다.
“모든 문장은 독자가 읽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아직 독자가 읽지 않은 문장은 미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큰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지 않고, 책에서 올리는 매상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지지하지 않아서 책이 팔리지 않게 되면 먹고 살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독자를 생각하고 독자에게 와 닿는 문장, 독자가 지지하는 문장의 모습이 무엇일지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가 꼽는 최고의 글쟁이도 “평론가가 아니라 많은 독자에게 지지를 받는 사람, 그리고 항상 포부를 가지고 좀 더 많은 독자와 이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 또한 “언제나 독자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 독자를 바보 취급하지 않고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보태 “유행을 좇아 단기적인 성공을 노리지 않고, 인기와 동떨어진 분야에서 장기적인 스테디셀러를 염두에 둔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가 후미타케란 이름을 한국과 일본에 알린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설파한 아들러의 목적론은 그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줬다. “아들러 심리학을 알기 전에는 원고가 잘 써지지 않으면 ‘도로공사 소리가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 없어’라든가 ‘배가 고파서 일에 집중이 안 돼’ 등 쓰지 못하는 이유만 주워섬기곤 했지만 아들러의 목적론을 알게 되면서 전부 변명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떤 환경에서도 집중해서 원고를 쓰도록 노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 <미움받는 용기>의 속편을 집필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2015년 말경 발간될 예정이다. <작가의 문장수업>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청년에서 탁월한 전문 작가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글쓰기에 대한 땀과 노력의 결정체들이다. 글쓰기가 낯설고 두렵지만 기존 글쓰기 책의 벽이 높게만 느껴졌다면 글쓰기의 A부터 Z까지 일일히 배우며 성장한 고가 후미타케의 작법서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 북DB 2015.9.11 게재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