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인터뷰
와타나베 이타루(오른쪽)와 부인 마리코
제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외유내강’, 시골 빵집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킨 와타나베 이타루에게서 느껴진 기운이다. 돈을 위한 일이 아닌 “작아도 진짜인 일”, 상품으로서의 음식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지만, 진짜인 음식을 통해서 와타나베 이타루는 아주 작은 삶에서부터의 실천이 더 큰 차원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인물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선 트렌드에 영합한 책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도시에서 도피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귀촌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시골’,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불어온 제빵 열풍에 영합한 ‘빵집’이란 소재, 거기에 더해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란 권위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가볍게 충족시키려는 책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자 돈만 좇는 세상에 신물을 느끼고 방황했던 한 젊은이가 펼쳐졌다. 그 젊은이는 끝없는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작은 혁명을 이루어낸다. 그가 세운 시골 빵집 다루마리는 고택에 사는 천연균으로 만든 주종을 써서 발효시킨 빵을 만들고, 일주일에 사흘은 휴무,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로 문을 닫는다. 이곳의 경영이념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 것. 이건 무슨 소린가 싶지만, 빵 만드는데 필요한 균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이렇게 됐단다. 이 균이 들려주는 목소리는 20세기를 지배한 150년 전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의 것과도 닮았다.
와타나베는 지난해 11월 가쓰야마에서 다시 돗토리 현 지즈 마을로 이주한 상태다. 이곳에서 오는 11월 다루마리 빵집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빵과 피자, 맥주를 파는 빵집 겸 카페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조용한 혁명’ 그리고 그가 꿈꾸는 ‘대안적 삶’에 관해 이야기가 오고 간 인터뷰를 이 자리에 소개한다.
"화학물질, 식품첨가물보단 곰팡이가 낫지 않나요?"
Q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도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각종 주요 매체에서 와타나베 씨의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책 판매도 많이 됐습니다. 저자로서 이런 열띤 반응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답’은 아니지만 ‘도중’에 있는 이야기로서 제 책이 인기를 얻은 것에서 운이 좋았다는 것만은 반드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자본주의의 종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서민 혹은 약자의 논리로 행복해질 방법을 찾는 과정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Q 책에서 빵 굽는데 필요한 누룩균을 찾기 위해 쌀에 붙은 검은색, 붉은색, 노란색, 녹색 다양한 색의 곰팡이를 직접 맛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직접 균을 맛보다가 배탈 난 적은 없으셨나요?
학자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곰팡이는 버섯보다 덜 위험하다’는 거예요. 곰팡이는 물론 약간의 독성이 있지만, 종류가 세 가지뿐이에요. 이 세상에 화학물질, 화학조미료, 방사선 물질, 식품 첨가물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그런 것들도 먹는데 곰팡이 정도는 괜찮죠.(웃음) 먹어서 배탈 난 적은 없었습니다.
Q 책에서는 가쓰야마로 이주한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만, 최근에 한 기사에서 다시 지즈마을로 이주하셨고 빵뿐만 아니라 맥주와 피자도 만드실 거라고 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이 계획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궁금합니다.
이제 기계는 다 들어왔고, 양조면허도 나온 상태에요. 보건소에서 허가만 떨어지면 양조를 할 수 있어요. 맥주도 공기 중에 있는 천연효모를 가지고 제조할 거예요. 천연효모를 이용해 맥주를 제조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벨기에, 이태리, 일본의 일부 지방 등 몇 군데뿐이죠. 11월 14일 개시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Q 고택에서 채취한 균으로 빵을 발효시킨다고 하셨는데, 새로 이사해서 집이 달라지면 빵 맛도 달라지는 건가요?
균이 바뀐다고 해서 빵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이번에 새로 레시피를 완전히 바꿨어요. 맥주를 만들고 나면 100의 20은 죽은 효모가 생기는데, 보통은 그걸 갖다 버리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다시 빵을 만드는 거예요.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빵을 만들게 된 거죠.
"자본주의 속에서 싸울 수 있는 기술과 지식 필요"
Q 책에서 처음 빵집을 시작하면서 “작아도 진짜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누구나 다루마리 빵집 같은 대안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수잖아요.
대안을 현실화 시키는 게 어렵긴 하죠.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자본주의가 붕괴할 게 너무나 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거짓이 판을 치고, 실물경제의 열다섯 배 되는 돈이 공중에서 떠돌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가다간 금융시스템이 언제 붕괴할 지 모르는 거죠. 이럴 때 자본주의가 잘못된 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미리 최소한의 삶을 위해 보장해 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편이 더 쉬운 길 아닐까요? 자본주의의 폐해로부터 도망간다고 해서 문제점이 저절로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자본주의 속에서 싸울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얻고 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처음에 빵집을 연 이유가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는데, 현재 무사히 탈출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탈출까지는 안 간 것 같아요.(웃음) 그럼에도 포스트 자본주의를 생각할 수 있는 열쇠는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문제인 것은 환경까지도 다 같이 파괴하기 때문이에요. 이대로 가다 보면 지구가 전멸하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먹거리를 가지고 오래전의 것들을 되살려 현대 기술과 융합시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천 년 전의 것을 가지고 백 년 후를 전망하는 의식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것들이 다음 시대를 잇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일본에서도 와타나베 씨의 책뿐만 아니라,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 내에서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일본 사회에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대안에 대해서도 큰 반응은 없는 편이에요. 대신 책을 읽고 강연에 오신 분들은 이런 삶의 방식이나, 균 본위제에 대한 굉장히 깊은 관심을 보여주세요. 그렇지만 정작 그분들 자신이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생산 수단이 없어서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면 40대가 새로운 일을 배워서 익히긴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순들을 타파할 힘을 가지진 못한 채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Q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잖아요.
시스템을 바꾸자고 하는 쪽은 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죠. 시스템은 굉장한 힘이 있어야 바꿀 수 있거든요. 우리는 먹는 것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해요. 우리가 좋은 걸 먹다 보면 세상은 조금씩 행복한 곳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좋은 것 먹다 보면 세상은 더 행복한 곳 될 것"
Q 와타나베 씨가 쓴 책 일본판 원제는 ‘시골 빵집이 발견한 부패하는 경제’인데요. 부패하는 경제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은 전혀 썩지 않고 계속 쌓아가는 시스템입니다. 예전에는 자원이 들어와 순환되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 썩으며 발전했다면, 지금은 자본이 자본을 부르고, 자본이 사람을 지배하다 보니 세계의 1퍼센트가 나머지 전체의 부를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우리는 다시 한번 예전의 부패하는 교환 순환이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이야말로 쌓는 것이 아닌 분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붙인 제목이었습니다.
Q 여기에 덧붙여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산수단을 보유한다는 의미에서 소상인을 강조하셨는데요.
예를 들어 책상을 만들려면 나무가 필요하겠죠. 나무를 대주는 임업자에게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분배가 이루어지고, 이로써 그 임업자는 더 많은 나무를 생산할 수 있을 거예요.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에요. 같은 의미로 소상인이 생겨야 한다는 것도 모두가 사장이 되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순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게 하면 지역이 더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자본이나 상품의 비 인격성을 지적했는데요. 와타나베 씨의 활동이 그런 자본이나 상품에 인격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봐도 될까요?
저의 생각은 마르크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만드는 공동체라는 것, 팀워크에 인격이 있음을 믿고 그것을 보고 가려 합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북DB 2015.11.5 게재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