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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진 Jun 06. 2021

문학평론가 김윤식 "작가는 쓰고, 비평가는 읽는다"

<내가 읽은 우리 소설> 출판 김윤식 평론가 인터뷰



’네가 즐기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이 물음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남의 글을 열심히 읽고 쓰고 가르쳤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삶을 탕진했다”



김윤식의 팔순 생은 140권의 책과 10만매의 원고지로 증명된다. 김윤식에게 있어 산다는 것은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작품들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의 글은 한 편도 쓰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그렇소!”라고 자신 있게 답하겠단다. 한 가지로 자신의 삶을 완성한 그야말로 일가(一家)를 이룬 이의 말이다.


문학평론가 조영일의 표현에 따르자면 김윤식은 평생 ‘한국문학이라는 성(城)’을 구축했다.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본문학이 이식된 것’이라는 대답만이 존재하던 시기에 정년까지 100권이 넘는 책을 써가면서 한국문학을 자랑스러운 독립적 문학으로 실체화한데 성공해내었다.(‘한겨레21’ 제1027호 관부연락선)


이와 같은 그의 삶의 기록을 한데 모은 전시 <김윤식 저서 특별전 : 읽다 그리고 쓰다>가 장충동 현대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엔 그의 존재 증명이랄 수 있는 평생 저작물들과 함께, 그의 후배이자 제자 문학가들의 ‘간증’과도 같은 친필 고백문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김윤식 선생님의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 신입생 때였습니다.[...] 작가와 작가를,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자 밤하늘 전체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빛난다는 사실을 저는 김윤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소설가 김연수)

‘처음 김윤식 선생의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를 읽던 순간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책에서 선생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워버린 식민지시대 비평사의 8할 이상에 해당하는 영토를 단숨에 복원해내려 애쓰고 있었습니다.’(소설가 권여선)



이 같은 국문학자, 교육자로서의 그의 위치도 확고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팔순에 이르기 까지 현재진행형인 그의 현장비평가로서의 정체성이다. 김윤식이 문예지에 발표되는 모든 중단편 소설들을 읽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한 원로의 권위, 이론적 정합성에 앞서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는 비평가라는 사실에 대한 증명인 셈. 김윤식이 2013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읽은 99명의 작가의 150여 작품에 대한 비평을 담은 <내가 읽은 우리 소설>이 출간됐다. 특유의 구어체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에 대한 꼼꼼한 독서, 비평의 기록은 각각의 작품에 스민 빛을 발하게 한다.


<내가 읽은 우리 소설> 출간 차 그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현대문학관에서 김윤식을 만났다. 팔순의 나이, 연로한 모습이었지만 대답에는 힘이 있었다. 


  "작가는 쓰고, 비평가는 읽는 것.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Q 책의 마지막에 ‘신춘문예란 언제 보아도 신선한 법. 전 세계에서 유일한 형태이니까.’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요즘 신춘문예 심사에 나온 작품들을 어떻게 보시나요?
옛날에는 작가들이 주제가 있었어요. 이데올로기라든가, 문단이라든가. 요새는 그런 게 없어요. 다양해요.



Q 매번 꼼꼼히 작품을 읽고 비평을 쓰시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 중 특별히 관심 가는 작품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런 거 없어요. 다양해요. 자기 멋대로 쓰니까.



Q 그런 경향을 전보다 더 나아진 것이라 평가하시나요?
좋다 나쁘다 볼 수 없어요. 그렇다는 거지.



Q 한 달에 몇 작품 정도 읽으세요?
많이 읽습니다. 작품 쓰려면 한 작품에 대해서 내가 잡지들을 보고 괜찮겠다고 하는 것들을 갖다가 읽어봐요. 읽어보고 나서 괜찮겠다 하면 쓰는데 한번 더 읽어봐요. 그리고 나서 써요. 써놓고 나서 다시 읽어봐요. 그래 가지고 한 작품에 대해서 원고지 열 장씩.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Q 예전에 원고지 이십매씩 쓰는 게 철칙이라고 하셨는데.
요새는 그렇게까진 못 써요.



Q 평생을 문학과 함께 하셨는데, 요새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함에 따라 점차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고, 문학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가 많은데요.
누가 문학 읽어요? 당연히 안 읽어요. 지금 정보가 얼마나 많아요? 예전에 정보가 없을 때엔 문학에서 정보를 얻었어요.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지. 그렇다고 해서 문학이 망하느냐 하면 절대 망하지 않아요. 왜 안 망하느냐. 헤밍웨이 말대로 ‘받아쓰기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런데 받아쓰기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직접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



Q 독자가 없다면 문학이 성립할 수 없지 않을까요?
독자가 줄더라도 자기가 직접 써야 하는 건 남는 거니까. 그래서 문학이 망하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Q 독자의 읽기 없이도 쓰는 행위가 성립한다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입장이시네요.
작가는 무조건 써. 비평가는 무조건 읽어.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표절 아닌 것은 세상에 없어"

Q 올해 문학계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아무래도 ‘표절’ 이슈였습니다.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표절 아닌 것은 세상에 없어요. 다 표절입니다. 난 그렇게 생각해요. (문제 본질은) 문학 권력 투쟁 아니요? 쉽게 말하면 무슨 출판사, 무슨 출판사, 그거 아니요? 그게 문제였지. 뭐, 다른 게 무슨 문제였어요? 표절 아닌 게 세상에 있는 줄 압니까? 우리 말도 다 표절이에요. 엄마 말을 가지고 표절 하는 것 아니에요? 우리가 쓰는 말도.



Q 표절 논란 이후 해당 작가는 숨다시피 했고, 문학계에 권력 논쟁도 제기 됐습니다. 문학계 원로로서 그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보셨어요?
나는 우습다고 생각해요. 그 권력에 붙어 있는 사람도 우습고, 권력을 이용하는 사람도 우습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Q<다국적 시대에 우리 소설 읽기>라는 책도 쓰셨습니다. 우리 문학도 세계화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요.
우리나라 문학이나, 세계의 문학이나 똑같아요. 그쪽도 안 읽히긴 마찬가지고, 우리도 안 읽히긴 마찬가지고. 그쪽도 작품이 신통찮고, 이쪽도 작품이 신통찮고 다 똑같지 뭐.



Q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 세계문학의 자리에 한국문학이 진입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해 하실 조언이 있나요?
그런 것 없어요. 노벨문학상을 낸 그 나라 사람도 문학작품을 안 읽어. 저희 것도 안 읽어. 외국에서 작가 누가 노벨상을 탔다고 해도 우리 독자들이 읽고 그러겠어? 조금 지나면 아무도 안 읽어.



Q 선생님이 생각하는 비평이란 무엇인가요?
비평이란 건 남을 교묘하게 칭찬하는 거야.



Q ‘교묘하게’ 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러니까 대상을 논했다는 것 자체가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건강을 위해 헬스도 하고 계시다고요. 지금과 같이 월평과 강의도 계속 하시는 것이죠?
헬스도 하지. 월평도 하고, 강의도 요청이 오면 할 거예요.

 

 
사진:기준서(스튜디오춘) 

 북DB 2015.11.13 게재

http://news.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Detail&sc.mreviewNo=60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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