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익률이 어느덧 -20%를 넘어섰다. 차라리 가만히 두었다면 잘 사용할 수 있었던 돈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좋은 분위기를 타고 돈을 조금 번 뒤 앞으로 평생 쉽게 돈을 벌 생각만 했었지만, 짧은 고민 속에 결정된 투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만 만들었다. 노동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떨어진 지금도,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성실한 노동이 낫다. 그 외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내가 했던 실수처럼 금전적 욕망에 휩싸이기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야 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1990), <카지노>(1995),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는 욕망으로 상승하고 욕망으로 추락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소득을 모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노동을 멸시하지만, 벌어들인 막대한 소득과 명성에는 거품이 껴있다. 긴 상영시간 속에서 그 바람은 서서히 빠지며, 제목에 해당하는 대상은 망가져 간다. 다만 추락을 겪었더라도 본래 욕망이 다른 쪽이었다면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계속하며 특별한 삶을 이어간다.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피하실 분들은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카지노> - And in the end, we get it all.
욕망은 인물들을 성공의 자리로 빠르게 올려놓는다. <좋은 친구들>의 헨리는 어렸을 때부터 갱스터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물로, 단순한 강도와 협박을 동원한 상권 장악으로 시작해 마약 거래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한다. 젊은 나이에 오른 성공은 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고, 주변 사람들 또한 그에게 특별대우를 제공한다. <카지노>는 욕망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공간이다. 도박 전문가 에이스 로스스틴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카지노가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그의 말처럼 고객이 어떤 시도를 하든, 결국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카지노뿐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I choose rich every f****** time
내레이션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에서 가장 즐겨 사용되는 방식인데, 세 영화에서는 자신이 돈을 벌어들인 과정을 길게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 특히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는 카메라를 직접 쳐다보며 부자가 되고 싶지 않냐며 도발한다. 월 스트리트의 막대한 돈이 오가는 분위기에 빠져든 그는 그 안에서 페니 주식(동전주) 판매에 약간의 사기를 곁들이며 돈을 끌어모은다. 조던과 헨리는 뒷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줄을 서서 기다리냐며 조롱하거나 자신이 즐기는 성과 마약을 자랑하며 평범한 생활을 비웃는다.
<좋은 친구들> - 토미의 마피아 입단식 직전
그러나 폭발적으로 달려가 세워진 결과는 허무하게 붕괴되어 함께 달려가던 모두를 바닥에 부딪히게 만든다. 조던이 마약을 즐길 때나 헨리가 상인을 폭행하는 순간처럼 자신이 원했던 고점에 도달했을 때 화면은 잠시 멈춰 선다. 정지한 화면에서 약간의 내레이션이 나온 뒤, 아예 바닥에 박을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좋은 친구들>에서 추락의 발단은 루프트한자 강도 사건의 성공이었다. 너무 많은 돈을 강탈하는 데 성공한 뒤 오히려 불안에 휩싸이고, 마피아에 입단하기로 했던 헨리의 동료 토미가 입단하는 당일 살해당하며 최악의 지점으로 향한다. <카지노>에서는 자신에 대한 과신으로 추락이 시작된다. 돈을 잃을 결과를 알면서도 달려드는 카지노 고객들을 조롱했던 에이스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여인 진저에게 빠져 일을 그르친다. 흔들리던 상황에 더해, 본토에서 파견된 무능한 중간 관리자의 실수로 일행 모두가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잘 묵혀놓은 약의 강력한 효능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도 자만 섞인 행동으로 추락이 시작된다. 수사 표적이 되어 몸을 낮췄어야 했을 때 그는 회사에 남기로 결정하며 수사관 매수까지 시도하고, 이는 그가 사용하는 모든 통신기기가 도청당하는 결과를 만든다. 효능이 강력한 마약을 복용한 뒤 도청을 피해 운전하던 그는 최악의 정신 상태 속에서 돌이킬 수 없게 망가진 모습을 주변 사람과 FBI 모두에게 공개한다.
<좋은 친구들> - Never rat on your friends, and always keep your mouth shut.
욕망이 만들었던 거품이 꺼지자,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례해 커진 것처럼 보였던 거짓 우정도 끝난다. 세 영화에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F-word이지만,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단어는 Rat이다. 추락의 시작은 실수와 자만이지만, 이를 완성한 것은 밀고자이다. <좋은 친구들>의 헨리는 처음 선 법정에서 조직을 밀고하지 않은 면이 인정받아 갱스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직 생활이 앞으로 나아질 게 없다는 점을 인식하자, 다시 선 법정에서는 사법 거래를 수락하여 좋은 친구들 모두를 고발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조던 벨포트는 사법 거래를 수락하고도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녹취 사실을 몰래 알리는 등 노력하지만, 오히려 가장 절친한 동료에게 그 사실까지 밀고당해 바로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Sell this pen to me 첫 강좌
하지만 단순히 금전적인 게 목표가 아니었던 인물은 사회적, 금전적인 상실을 겪은 뒤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며 다시 성공한다. 에이스 로스스틴은 카지노로 벌어들이는 소득 이전에 진정으로 도박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마피아 조직의 인물들이 모두 죽거나 체포된 이후에도, 그는 홀로 살아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도박에 대한 조언을 건네며 즐거움을 찾는다. 조던 벨포트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풀려 파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인물이다. 투옥된 이후에도 장사 수완은 죽지 않았고, 석방된 이후에는 다시 세일즈 강좌로 사람들 앞에 선다. 반면 <좋은 친구들>의 모든 인물들과 <카지노>의 니키와 진저는 호화로운 생활이 주는 위세와 돈만을 동경했기에 자유를 유지하더라도 절망하거나 다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Good luck on that subway ride home
추락하는 지점까지만 해도, 이야기는 인과응보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교훈적 성격을 띤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 추락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던 벨포트의 매수 시도를 이겨내어 그를 감옥으로 넣는 데 성공했던 수사관은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외로이 집으로 향하지만, 감옥에서 돌아온 조던은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강연을 시작한다. 에이스와 조던이 맞은 결말은 금전적 욕망을 넘어선 다음 단계의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은 추락을 잠시 겪더라도 결실이 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는 아직 금전적 욕망이 남아 파랗게 질린 주식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요소를 넘어 내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세 영화를 통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