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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Dec 24. 2023

14. 출연하실래요?

[소설] 루이의 나무 

# 엠컨설팅 사무실


“이 피디, 그래가지고 손톱 빠지겠어?”

“네?”

“왜 자꾸 손톱을 물어뜯고 있냐고? 출연자 확보가 잘 안돼?”

“그게 사장님, 출연자 확보는 했는데…….”


출연자 후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사장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무는 난감해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가 내세운 조건 중 하나가 심히 소화가 되지 않았다. 어제저녁, 퇴근 후 옥수동으로 찾아온 루이는 집 앞 카페에서 나무에게 자신의 출연 의사와 조건을 정확히 밝혔다.


***


# 어제저녁 옥수동 씨앤씨 카페,


번화가의 카페가 아니어서 그런지,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는 한산한 편이었다. 루이가 옥수동에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 나무가 약속한 카페로 갔을 때, 루이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카페 종업원이 주문한 커피를 내려놓고 자리를 떠나자, 루이가 입을 열었다.  


“방송 출연에 대해 저희 회사 승인을 받았어요.”

“이젠 방송 출연이 가능하시단 거죠?”  


나무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머금은 흥분감이 느껴졌다.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요.”


루이의 입가에 어린 부드러운 미소를 보니, 나무는 조건을 들어보지 않아도 루이의 출연이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안도감이 푹 들었다.


“말씀하세요. 조건이 뭐예요?”

“먼저 회사 측의 조건부터 말할게요. 첫째, 제가 회사에 매일 나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미 약속된 스케줄은 반드시 시켜야 해요. 이런저런 스케줄을 고려하면, 그래서 제가 촬영을 위해 뺄 수 있는 평일 시간은 화요일 11시 이후 밖에 안될 것 같아요. 대신 주말은 미리 계획하면 시간을 좀 더 뺄 수 있어요.” 


“스케줄은 조정 가능해요. 촬영일을 루이 씨 스케줄에 맞출 수 있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저의 출연 대가로, <태성 자동차> 제품과 기술에 대한 광고홍보를 원해요. 그 계약이 성립되면, 회사에서 방송제작을 위한 투자도 고려하겠다고 해요.”

“혹시 구체적으로 홍보를 원하시는 제품 종류가 자동차인가요?”

“최신 자동차 모델과, <그린 빌리지> 주거 시스템요.” 


생각지도 못한 조건에, 나무는 주춤했다. 드라마가 아닌 먹방에 자동차 회사 제품이나 주거시스템 PPL이라니.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뭔가 아이디어가 있을까?


“혹시… 루이 씨는 좋은 아이디어 있으세요?”

“기획안이, 주방 장면만 나오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있고 예능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주방 장면에 그치는 것만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요리 과정이나, 친구들과 밥을 먹는 장면이 주라서, 아무래도 자동차씬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장 보러 마트에 가는 장면을 넣으면 어때요? 촬영지를 제가 사는 곳으로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자동차나 <그린 빌리지>에 대한 홍보가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촬영지를 루이 씨가 계신 <그린 빌리지>로… 그거 정말 괜찮은 생각인데요? 저희 입장에서도… 촬영지 문제가 해결되는 거라서 다들 동의할 것 같아요. 게다가 말씀하신 대로 <태성 자동차>의 제작 투자까지 이루어진다면 전혀 마다할 이유가 없죠.”


이렇게 앉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순간엔, 루이가 빈틈없는 비즈니스맨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방송에 출연하는 일까지 하나의 사업으로, 비즈니스 간의 계약관계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 그 철두철미함. 정에 호소하지 않는 이성적인 결정이 나무는 깔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루이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이 출연이 정말 하고 싶을까?


“루이 씨는 어때요? 이 출연 정말 하고 싶으세요? 루이 씨가 생활하는 공간을 촬영지로 하는 거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수십 명의 촬영스텝들이 조심성 없이 들락거리고, 내 집 구석구석이 방송을 타게 되는 일은 어느 누구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건 걱정 마세요. 똑같은 구조의 다른 집을 방송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을 해 주기로 했어요. 제가 사는 공간인 것처럼, 주방 시설도 갖추고, 화단도 만들고 세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저희 집을 촬영지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죠?”


촬영지가 누군가의 생활공간이 아닌 세팅장인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 훨씬 편리한 일이다.


“정말 잘 됐어요. 그게 저희로서도 좋아요. 제작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세팅 조건들이 있거든요. 원하시는 세팅의 밑그림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여러 조건을 조율해서 세팅을 다음 주부터 시작할 거예요.”

“회사에서 나와서 세팅을 직접 하신다고요. 저는 제가 해야 할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혹시, 나무 씨가 직접 세팅하러 나오실 건가요?” 


<그린 빌리지>에 나무가 자주 오게 되는 걸까?


“네. 촬영지 세팅은 제가 담당할 거예요.”

“신분증만 보이면 쉽게 드나드실 수 있도록 조치해 놓을 게요. 그리고… 가구나 그릇 쇼핑은, 주말에 같이 갈래요?”


일을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데이트 신청같이 들렸다. 나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설레버린 마음을 숨기느라 부러 더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루이 씨가 같이 가주시고, 골라 주시면 저야 편하죠. 그럼 말씀하신 출연 조건이 다 맞춰진 거죠?”

“아참, 세팅장 생각하느라 잊고 있었는데, 저의 개인적인 출연 조건이 두 가지가 있어요.”


개인적인 출연 조건이라니? 나무는 상상조차 가지 않아, 루이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 가지는, 또 한 사람의 고정 출연자 후보에 관한 건데요. 필립 기억하시죠?”

“네. <카페 몽펠리에>에서 뵈었던…….”

“맞아요. 그 친구를 저와 함께 또 한 명의 고정 출연자로 추천하고 싶어서요. 그 친구와 같이 출연하면, 방송 본래 취지의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프렌즈 같은 방송 느낌이 더 살아날 것 같아서요. 제가 그 친구랑 오래 자취를 하면서, 밥도 매일 같이 해 먹고 그래서 호흡이 잘 맞아요. 그 친구는 거의 전문 셰프급 요리사라서, 다양한 요리로 방송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장점도 있을 거예요.”


루이는 나무에게서 이 방송의 취지를 들으면서, 내내 필립이 떠올랐다. 필립이 촬영을 위해 시간만 낼 수 있다면, 그의 카페 사업을 위해서도 나쁜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루이 자신도 훨씬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느끼며 방송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무는 <카페 몽펠리에>에서 만났던 필립을 떠올렸다. 매력 있고, 한국어도 잘하고, 출연자 후보로 완벽했다. 무엇보다, 루이가 그와 있을 때는, 고향 친구를 만난 듯 장난꾸러기의 모습이 되는 것이 편안해 보였다. 그 편안한 분위기가 방송을 통해서도 전해질 것이다. 


“좋을 것 같은데요. ‘프렌즈’라는 방송 주제에 루이 씨 한 사람보다, 두 분이 고정출연 하시는 게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출연 의사는 있으신 거죠?”

“아직 물어보진 않았어요. 그게 가능한지 나무 씨에게 먼저 여쭤보는 거예요. 가능하다면, 제가 당장 내일이라도 만나서 물어볼 수 있어요.”

“여쭤 봐 주세요. 출연하기로 결정하시면, 저에게 바로 알려주세요. 회사에 보고를 하고, 작가님이랑 다 같이 미팅을 시작해야 해요. 루이 씨 다른 출연 조건은요?”


아까 루이가 개인적인 출연 조건이 두 가지라고 했던 말을 나무가 기억했다.


“출연자가 누군가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이야기라고 하셨잖아요. 그 안에 로맨틱한 혹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죠?”


나무가 분명 루이에게 방송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었다.


“네, 그러니까 고정출연자가 음식을 해주고 싶은 사람을 정해서 초대해야 돼요. 그 존재가 나에게 힘을 주었던 연예인일 수도 있고, 혹은 사랑하는 연인, 내게 어떤 방식으로든 의미가 있는 사람이면 다 괜찮아요. 혹시 마음에 떠오르는 사람 있으세요?”


이런 능력자, 세계적인 컨설턴트가 음식을 해 주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친구도 괜찮아요?”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일까? 


“그럼요. 친구 초대는 프렌즈 먹방 컨셉에 딱 맞죠.” 

“저는 나무 씨를 초대하고 싶어요. 그게 저의 두 번째 출연 조건이에요.”

“네?”


***


어젯밤 그 두 번째 출연 조건을 듣고 나서 나무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왜 그게 그의 출연 조건일까?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다고…….


나무가 물었었다. 너무 스토리가 없는 것 같다고. 차라리 정현을 초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 제 나름대로 나무 씨에게 음식을 해 드려야 할 특별한 사연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루이의 표정에 장난기는 전혀 없었다. 그 눈빛이 너무 진지하고 결연해서, 나무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볼 엄두도 못 내고, 생각해 보겠다는 말만 전하고 그와 헤어졌다. 


잠도 잘 못 자고, 덕분에 머릿속은 더 엉망이 되고, 지금 나무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텀블러 가득 진한 블랙커피를 다 마시고도, 머리도 눈꺼풀도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말을 꺼냈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사람 궁금하잖아. 출연자 확보가 힘들어서 그래?”

“출연자는 구했어요. 두 사람이나…  조건이 문제죠… 휴…….”


나무는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젊은 애가 웬 한숨이야? 조건이 그렇게 까다로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얼굴이 반쪽이 됐네. 출연자 구하는 거 도와달라고 김피디한테 압력 좀 더 넣어 볼까?”

“아니요. 제가 출연자 구했다니까요!”

“출연 조건 까다롭게 나온다며.”

“그게요…….”

“말을 할 거면, 말을 좀 시원하게 해 봐.”

“사장님, 출연자 후보가 제가 아는 일본인인데요…….”

“이 피디가 꽃미남 외국인 친구가 있었어? 둘이 사귀는 사이야?”

“아뇨, 사장님! 제 말부터 좀 들으세요!”


박만수가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택 없는 소리로 넘겨짚으며 나무의 인내심 한계를 치고 들어왔다.


“알았어 알았어. 말해말해…….”

“제 말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구요. 그러니까 그게…….”

“아휴 답답해. 출연 의사는 있는 거야? 한국말은 잘해? 직업은? 요리사?”

“네, 네, 출연할 마음도 있고, 꽃미남이고, 직업도 기업 컨설턴트에, 한국말도 아주 잘하고, 요리사는 아니지만 요리실력이 수준급이고, 저희가 필요한 조건은 다 갖췄어요.”

“그럼 완벽하네. 근데, 뭐가 문제야? 아, 그쪽에서 내세우는 조건이 까다롭다고 했나? 조건이 뭔데?”


나무는 마지막 조건만 빼고 루이가 말한 조건들을 사장에게 열거해 주었다.


“그 조건들은 우리한테도 나쁜 게 아닌데? 다 오케이라고 해 줘.”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다 오케이라고 이미 말했어요.”

“그럼 된 거 아니야?”

“문제는 조건이 하나 더 있다는 거죠.”

“도대체, 뭔데?”

“첫 에피소드의 게스트 출연자로 원하는 사람이 저래요. 자기가 음식 만들어 주고 싶은 친구로.”

“뭐야? 특별한 사이 아니라며!”

“특별한 사이는 절대 아니죠.”


박만수의 표정이 모호해졌다.


“그 사람의 조건이, 이 피디 출연이다 이거지?”

“네. 안될 말이죠.”  

“뭐, 안 될 것까지는 없지. 제작사 피디가 방송에 출연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것보다. 그 친구가 이 피디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아냐? 남자친구 아닌 거 확실해?”

“아니라니깐요!”


나무가 소리를 빽 질렀다.


“일단 그렇다 치고 그럼.”

“뭐가 ‘그렇다 치고’ 예요? 제가 아니라는데!”

“그 남자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지… 가만 보니까, 이 피디는 남자를 참 모르네. 주변에 찬찬히 둘러봐. 이 피디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한 둘이 아닐 거야. 내 눈에는 이 피디 인기 좋은 게 훤히 보이는데…….”

“인기는 됐고요. 이 기획 성공시켜서 월급이나 밀리지 말고 주세요.”

“아이고 가슴아…….”


나무가 한 말이 심장에 박혔다는 듯 사장이 손바닥으로 가슴을 감싸며 뒷걸음질 쳤다.


“저를 건드리지 마셨어야죠.”

“그나저나, 이 피디 생각은 어때? 방송 출연 하고 싶어? 본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잖아.”

“모르겠어요.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라… 방송 출연을 고민하는 것도 처음이고…….”

“일단 이 피디 마음부터 정하고 나한테 알려줘. 그리고, 그 출연자 후보 한 번 만나보자. 미팅 잡고, 이 작가도 불러. 계약서 준비하고.”


*** 


# 다음날 <엠컨설팅> 회의실


“어머 인물이 엄청나시다.”


작가는 대번에 루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현재 하는 일이 기업 컨설턴트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사장은 대기업의 수석 컨설턴트라는 인재가 어떻게 요리 실력도 갖추게 되었는지 그게 가장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오사카에서 요리전문점을 운영하시는 요리사십니다. 그 식당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요리점이고요…….”


루이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주었다.


“아, 혈통이구만. 이 얼굴에, 한국어 실력에, 대단한 스펙에, 요리실력까지. 여자들한테 인기가 장난 아니겠는데? 여자 친구 있어요? 방송 한 번 나가면 요샌 신상 다 털리는 세상이야.”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


사장은 루이의 사생활이 깨끗한지를 은근히 확인하고 있었다.


“회사에 매여있는데 촬영 시간은 어떻게 내겠어요?”

“계약된 시간만큼 컨설팅 스케줄을 짜서 활동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면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제 스케줄에 대해서는 나무 씨께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출연 조건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어요.”

“아직 개인적인 조건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는데…….”

“프랑스인 친구분을 고정으로 하고, 이 피디가 게스트로 같이 출연해 줬으면 좋겠다고?”

“네”

“일단 이 피디가 만난 적이 있고, 강력하게 추천하니, 그 프랑스 친구분이 출연 의사만 있다면, 조건을 받아들이는 걸로 할게요.”

“감사합니다.”

“게스트 출연자 건은… 이 피디 앞에 두고 이런 질문이 좀 그렇지만, 꼭 게스트 출연자가 이 피디여야 해요?”

“제가 만들 음식을 처음 먹어 줄 사람이 나무 씨였으면 합니다.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이피디랑 사귀나?”


사장이 피할 틈을 주지 않고 훅 치고 들어왔다.


“어우, 사장님!”


끝까지 확인해 보려는 사장의 탐문에 나무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건 아닙니다.”


루이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차분한 톤으로 대답했다. 나무나 친구들과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냉철한 느낌이 서늘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이런 분위기라, 정현이 루이를 수행하기 시작하고 한동안 새로 온 컨설턴트에 대해 철두철미하고 냉철하다고 묘사했던 모양이었다.


“글쎄… 그게 연예인도 아니고, 우리 직원이, 그것도 피디가 방송에 출연한다는 게 생각도 못해 본 일이라 좀 당황스럽네. 이 작가 생각은 어때요?”

“사장님만 괜찮으시면 전 상관없어요. 근데 방송국 측 감독이 어떻게 나올지. 촬영 들어가면 그쪽이 캐스팅 권한 일 순위잖아요. 근데 뭐, 이 피디님이 방송 출연해도 그쪽에서 못 알아볼 수도 있어요. 피디가 출연할 거라고 생각 자체를 못 할 테니까.”

“몰래 출연시키자고?”

“이 피디님 평소 차림이 워낙 보이쉬하고 수수해서 여성스럽게 스타일링하고 화장하고 나오면 아무도 못 알아볼 것 같은데요. 이름도 가명 쓰고, 그냥 회사인이라고 타이틀 내면 누가 알겠어요. ”


작가의 이야기는 방송국 측에 나무의 출연을 감쪽같이 비밀로 하자는 이야기였다. 별일 아닌 걸로 논란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냐는 작가의 말은 수긍이 가고도 남았지만, 그게 가능할까 나무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장도 좀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방송국 측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떡해?”

“TN 예능부 제작진들하곤 처음 대면하는 거라면서요. 이 피디님에 대해서는 루이 씨가 초청한 친구로만 언급하면 되죠. 설사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방송이 일단 나온 뒤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거예요. 피디가 방송 출연하는 게 불법도 아니고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이 피디 생각이 중요해.”

“어때요 이 피디님, 출연하실래요?”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ajcespe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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