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아버지의 장례식 1

아버지 이야기 1

by 하트온

오늘 나는 울었다. 실로 오랜만에 엉엉, 어린아이처럼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나는 두통이 있어 일찍 자겠다고 2층으로 올라와 방문을 닫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으므로 식구들은 내가 우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울고 나서 내 감정은 빗물에 씻긴 공기처럼 조금은 더 시원해졌다.


나를 괴롭혀온 것. 엉엉 울음이 씻어 내린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걸 글로 그려낼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 이것을 말하려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아버지'는 아직 내가 글로 그리기에 너무나 어려운 주제라는 것. 한 번 발을 잘못 디디면, 끝도 없이 빠져드는 수렁 같은 이야기, 나를 삼켜버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아직 내 자아상이고 정체성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아직 그에게서 나를, 나에게서 그를 분리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아빠 닮은 딸'이라는 주변 사람들이 걸어 놓은 주문에서 나는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늘 나를 울린 것은 엄마의 문자 한 통 때문이었다.


너는 내가 사랑하고 축복하는 내 배 아파 낳은 내 딸이야. 너는 아빠를 닮지 않았어.


나는 엄마에게 평생 '아빠를 닮은 딸'이었던 게 고통스러웠고, '아빠 인생을 답습하는 딸'이 될까 봐 무서운 마음이 종종 들 때가 있다고 말했고, 엄마는 답장으로 이렇게 문자를 주셨다. 엄마의 문자를 읽자마자, 내 안 깊숙이에서부터 엉엉 아이의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아이가 너무나 간절했던 말을 들은 것이었다.


나는 내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아직도 뜨겁고 복잡하다. 수치심, 죄책감, 아쉬움, 후회, 원망, 분노,... 어릴 때 그에게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는데,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아니 그 몇 년 전부터 두려움이 서서히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해가더니, 돌아가신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색색의 다양한 감정이 되었다. 문제는 이 감정들이 내 마음 안에 여전히 살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리저리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우리 사이의 공기를 때때로 불편하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이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내버려 둘 수가 없다. 나는 이 다양한 감정들을 하나하나 다루어내기 원한다. 그렇게 하여 나는 부모에게서 분리되고, 완전한 자유를 얻고 싶다. 그래야 내가 완전한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한 번 그려보는 일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내 아버지는 할머니가 첫아들을 보내고 한참만에 얻은 귀하디 귀한 아들이었다고 들었다. 그는 건강하고, 영리하고, 누구나 한눈에 반하는 아름다운 아이였다. 자기 관리 잘하는 깔끔한 성격에, 공부도 잘했다고 한다. 우수한 인재이니 대학을 보내라고 집으로 찾아온 그의 선생에게, 시골 농부인 그의 아버지는 아들 하나 대학 보내자고 온 식구가 굶어 죽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학 밑천을 대려면 밥줄인 땅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들 넷과 딸 둘, 아버지 아래로 아이들이 줄줄이 있는 집이었다.

아아... 너무 힘들다. 아버지의 과거를 끄집어 내 살펴보는 일도 너무너무 힘들다.


여기서부턴 할아버지 이야기를 잠시 해야 하는데, 내가 어린 시절 잠시 알았던 할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로서의 할아버지를 분리해서 보아야 하는 일도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래도 나는 이 글을 발행해 버릴 것이고, 내일도 계속 이어서 써 나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내 마음을 이 모든 과거로부터 해방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이 글은 또한 아버지를 깨끗이 보내드리는 완전한 '장례식'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문제들을 다루고 극복해왔던 것처럼, 나는 이것도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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