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ria, VA
Alexandria, VA
오늘은 비가 곧 쏟아질 듯, 먹구름이 손에 잡힐 듯한 흐린 날이었습니다. 일기 예보는 '비 오는 날'이라고 예고했지만, '진짜 빗물이 후두두 떨어지기 전까지는 비 오는 날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가진 저는 당연히 오늘도 나와서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어슬렁 거리며 도시를 배회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는 워싱턴 디씨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가면 (11킬로 정도) 있는 매우 가까운 곳이지만, 디씨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곳이기도 합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문화가 살아 있는 미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래된 역사 도시로, 미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유적지 중의 하나입니다. 알렉산드리아는 1749년 건설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도시의 건설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 영국 부호 상인 '칼라일'이라는 사람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이 도시는 또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한데요. 여기 다운타운에서 몇 마일 떨어진 포토맥 강가를 내려다보는 경치 좋은 언덕 위에 그의 생가가 있습니다. 아래 거리는 그의 생가와 워싱턴 디씨 - 정치인으로서 근무지- 사이를 잇는 길로 조지 워싱턴이 수없이 말을 타고 지나다녔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 거리는 맛있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고, 예쁜 가게들도 많아, 늘 사람들이 모여들고 북적대는 '힙한' 유흥지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초상권 침해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사람들이 한산한 타이밍을 잡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곳을 찾은 목적이, Kilwins라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쿠키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좀 사기 위해서였어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주변 친척, 지인, 이웃들과 모일 수는 없지만, 꼬마 친구들에게만이라도 작은 선물이라도 돌리고 싶어서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나왔어요.
쇼핑을 마치고 나와 보니, 창문에 이렇게 예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이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고 있노라니, 캐럴송이 흘러나오고, 불빛 호화찬란하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의 부산 '서면' 거리가 문득 생각납니다. 부산의 다운타운 '서면'은 참 특이한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가면 맛있는 식당과 백화점이 있는 번쩍번쩍 번화하고 화려한 도시인데, 부모님 없이 혼자 가면 어느새 검은 그림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삥을 뜯던 어두운 뒷골목이 도사리던 도시. 저는 거기서 아들과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선거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던 국회의원 후보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불러온 '서면'에 잠시 마음이 훌쩍 날아갔다 왔네요.
다시, 크리스마스 계획 이야기로 돌아와서,
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이지만, 우리 각자 연말을 의미 있게 만드는 나름의 즐겁고 특별한 추억을 계획해 볼까요? 저는 동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쿠키를 나눠주고 그 얼굴들에 어릴 환한 기쁨을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놨다가 오래오래 꺼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