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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Nov 24. 2020

나에게, 친구 미술관, 미술관 친구

볼티모어 뮤지엄 오브 아트 (Baltimore Mueum of Art)

존스홉킨스 대학 '홈우드 캠퍼스'에 바로 인접해 위치한 '볼티모어 뮤지엄 오브 아트(Baltimore Museum of Art, 이하 BMA)'. 이 미술관은 저의 타국 살이 동고동락을 함께한 '베스트 프렌드'입니다. 나와 그녀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서 갈 곳을 잃은 방황의 나날들에도, 무릎이 고장 난 엄마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힘겨워 주저앉고만 싶던 인생의 바닥에서도 함께 했으며, 언제나 손잡고 교류하며 함께 성장해 온, 무한한 연대감과 동질감으로 무장한 '절친'입니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신체 활발한 아들 둘의 엄마. 어디를 갈지 몰라, 저는 여기에 천방지축 날뛰는 망아지 같은 남자아이들을 풀어놓곤 했어요. 아이들은 이 미술관 조각공원 마당에서 흙과 돌을 만지며, 조각 작품들 뒤에 숨어 몸을 가리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자랐습니다. 


BMA 야외 조각 공원


십 몇 년 전만 해도 이 미술관은 상당한 금액의 입장료를 받으며, 돈 많고 우아한 귀족들이나 드나들라는 듯 고급을 떨던 미술관입니다. 옛날에는 저도 그런 위선적이고 좁아터진 인간이었습니다. 학벌이건 직업이건 '톱 브랜드'만을 지향하며 내 삶을 통제하고 제한했어요. 거기서 벗어나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의식과 두려움에 갇혀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 공교롭게도, 제가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며 자랑스러워했던 존스홉킨스 대학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실험실을 뛰쳐나온 순간 - 비뚤어진 성역할 정체성이 몰고 갔던 삶,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삶, 아버지의 패배감을 덮어주고 그의 명예욕을 실현시켜주려는 삶을 그만둔 순간 -부터, 이 BMA 미술관 친구도 입장료를 받지 않고 과감히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BMA 또한 워싱턴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을 디자인한 유명한 건축가 John Russell Pope 이 디자인한, 마찬가지로 고대 로마 판테오 신전을 본 딴 '네오 클래식 스타일'의 건물을 자랑하는 미술관입니다. 이 웅장하고 우아한 건물을 얼굴로 내세우던 미술관이 과감히 변신하기를 주저하지 않기 시작한 것입니다. 


건축가 John Russell Pope 이 디자인한, 고대 로마 판테오 신전을 본 딴 '네오 클래식 스타일'의 BMA 건물,      사진 출처 https://artbma.org

제가 학교를 그만둔 다음 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이 미술관이었고, 그때가 바로 우리의 첫 번째 만남이자, 본격적인 만남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전에 '복원 과학 (Conservation Science)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어 보려 노력했던 과정 중, 이 미술관 내 '복원 과학 실험실'과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몇 번 실험실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미술관 자체를 제대로 관람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녀의 모든 변화하는 모습을, 그녀는 저의 변화하는 모습을 다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 미술관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내년 5월까지, Mickalene Thomas* 작품들을 전시하며, [Mickalene Thomas: A Moment's Pleasure]라는 주제에 맞추어, 변신해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Mickalene Thomas: 현재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1971년생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각 디자인 아티스트 https://www.mickalenethomas.com
미술관 기념품 가게에 전시된 Mickalene Thomas의 책들
 BMA의 East Lobby 설치물: 1970 년대와 1980 년대 모티프 + Mickalene Thomas의 시그니처 미학을 반영한 볼티모어 로우 하우스* 내부 거실
볼티모어 로우 하우스 (Baltimore Row House)*: 1900년대 초에 붐을 일으키고 건설되었던, 특히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앞이 좁고, 옆으로 긴, 이웃집과 바로 붙은 타운하우스 형식의 집 https://wanderwisdom.com/travel-destinations/Row-HouseTheHistoryofBaltimoreRowhouses
'볼티모어 로우 하우스' 주제에 맞게 새롭게 변신한 BMA 미술관 입구

저는 이렇게 과감하게 변신할 수 있는 이 미술관 친구, 친구 미술관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또한 이 미술관은 '헨리 마티스'의 작품들이 잘 수집되어 있는 미술관으로서도 미술계에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던, 수많은 주요 유럽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기증했던, 유명한 '볼티모어 Cone자매들*'은 특히 '헨리 마티스'의 광팬이었다고 합니다.


*볼티모어 Cone자매들: 이들이 수집한 현대 미술 컬렉션 - 마티스, 피카소, 피사로, 쿠르베, 그리고 드가의 작품들-은 BMA 미술관의 꽃이다. 클라리벨과 에타, 두 자매들이 20세기 초중반에 수집한 이 작품들(the Cone Collection) 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컬렉션 중의 하나다. The Cone Collection of modern art is the crown jewel of the BMA, featuring works by Matisse, Picasso, Pissarro, Courbet, and Degas. Collected by Baltimore sisters Claribel and Etta Cone from the early-mid 20th century, the Cone Collection is one of the world’s most important art collections. https://artbma.org/exhibitions/cone-collection


볼티모어 Cone 자매들이 모은 '핸리 마티스'의 그림 작품들 


그리고 그 외 유명한 유럽화가들의 작품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아래는 그 일부입니다. 보유 작품이 너무 방대해서 제가 관심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 몇 개만 사진 찍어 왔어요. 


클로드 모네의 'Bridge'를 주제로 하는 작품들
카이유 피사로의 작품 'The Highway'
에드가 드가의 '무용수'를 주제로 하는 조형 작품들 (Bronze with fabric)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작품 ' The Crown of Flowers'
헨리 마티스의 조형작품 'Madeleine I' (Bronze)
어거스트 로댕의 조형 작품, 'The Thinker', The Original Model 1880 (Bronze)


이 미술관 친구는 또한 저에게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다양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알려주는 미국판 '브런치'의 역할도 해 줍니다. 


BMA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다양한 흥미로운 책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은 그저 이 미술관 친구가 가진 매력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미술관에 얽힌 추억과 경험들이 무궁무진하게 떠오르지만, 오늘은 이만하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재충전한 후에 제 친구 소개를 더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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