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소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트온 Nov 27. 2020

2020 코로나 추수감사절

그래도 '칠면조'는 먹어야 하니까

'추수감사절'에 주로 저희는 '보스턴 마켓'이라는 패스트푸드 식당을 이용합니다.  닭과 칠면조를 참 맛있게 '로스트' 해서 파는 식당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작년에도 '추수감사절' 당일 사 와서 먹었기에 힘들지 않게 사 먹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남편과 함께 점심 먹고 느지막이 오후 3시쯤 집에서 출발했어요. 오늘 날씨가 참 화창하고 포근합니다. 


도착해 보니, 식당 밖으로 이렇게 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가게 안에 들어오는 인원수를 제한해서 그런 것 같아요. 상황을 가만 지켜보니, 미리 땡스기빙 디너 세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던 사람들과, 오늘 먹을 것을 사러 나온 사람들이 한 줄에 다 섞여 있습니다. '밖에 직원이 나와, 줄을 분류하고, 오늘 음식 사는 사람들 오더를 미리 받고, 계산도 끝내게 해서, 창문으로 혹은 가게 입구에서 픽업만 하게 하면 더 효율적일 텐데...'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에 오면 가장 참기 힘들어 하는 '비효율성'과 '느려터진 일처리 속도'의 한 장면입니다.

보스톤 마켓 앞에서 1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리는 중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이렇게 줄 서는 일이 잘 없는지라 조금 당황했지만, 우리 앞의 사람 수는 10명 남짓. 크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일단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뭔가 안에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한 사람 들어가고 10분 기다리고, 이런 식이었어요. 1시간 넘게 기다려 겨우 우리 차례가 왔습니다. 

줄이 거의 끝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들어가니, 음식 만드는 열기 때문에 습기가 차서, 식당 내부는 찜질방 목욕탕 같은 비주얼입니다. 뭔가 불안합니다. 파이도 많이 남지 않았고, 음식이 떨어져 가는 듯한 불길한 느낌. '추수감사절 음식'을 구하기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칠면조'는 먹어야 했나 봅니다.

'보스톤 마켓' 식당 내부 이미지'

음식을 오더 하면서, '스터핑*'이 다 떨어졌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아쉬운 대로, '옥수수'와, '으깬 감자', '그레이비', '마카로니 & 치즈'를 시켰습니다. 


*스터핑(Stuffing): 칠면조나 닭을 요리할 때, 속에 채워 넣는 다진 야채와 식빵을 버무려 만든 믹스. 추수감사절에 미국인들이 '칠면조 요리'와 함께 먹기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
'터키와 스터핑*' [사진 출처 https://www.jobscan.co/blog/resume-keyword-stuffing/]
내 몫의 '추수감사절 음식'

집에 와서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터키'와 '으깬 감자'에 뿌려 먹는 '그레이비' 소스도 넣지 않고, 오더 한 숫자와도 맞지 않고, 뭔가 많이 허술합니다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잃지 말고 지키자고 마음을 다독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여전히 '추수감사절 음식'을 챙겨 먹으려는 마음의 여유가 우리에게 있었던 것이, 음식을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합니다. 1시간 넘게 줄 서서 피곤하고 배가 고프니, 음식이 두 배로 맛이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 마켓 칠면조'는 진리입니다.

떨어지기 전에 겨우 공수해 온 '호박 파이'

디저트로 '파이'까지 먹고 배를 두드리며 다른 식구들은 영화를 보고, 저는 한 옆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가족에게 '추수감사절'이 어떠했는지, 글을 써서 올려 보여 줄 '브런치' 친구가 있어서 더욱 훈훈하고 따듯한 '추수감사절' 저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엘런 머스크, 우주 관광 시대를 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