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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Nov 28. 2020

추수감사절 다음 날

행복한 잔반 처리

'추수감사절'은 음식에 관한 '절제'의 끊을 놓치게 되기가 참 쉬운 날입니다. 저도 어제는 메인 음식을 먹고, 디저트로 파이에 아이스크림까지 앞에 먹은 음식들을 꾹꾹 눌러가며 먹었습니다. 술 먹고 다음날 '숙취'가 오는 것처럼 음식을 많이 먹은 날도 '식취'가 옵니다. 오늘 하루는 위장을 푹 쉬게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


위장이 피곤할 땐, '죽'이 최고 아닐까요. 남아 있는 닭과 칠면조를 넣고, 불린 찹쌀, 마늘 한 주먹, 생강 조금과 함께 푹 끓여 '죽'을 만들었습니다. 


어제 먹다 남은 닭과 칠면조를 넣고 끓인 죽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합니다. 작은애가 어제 먹고 남은 고기 넣고 만들었다고 하니 눈을 둥그렇게 뜹니다. 


어떻게 그 음식이 이걸로 변신할 수 있지? 평소에 먹는 '닭죽' 맛 하고 똑같은데? 신기하다!

맛있어하며 먹어주니 다행입니다. 따뜻하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어제 먹고 남은 '호박 파이', '사과 파이'도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 역시 '명절'이란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나는 것이 확실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보내는 명절이 최고의 명절인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잘 사 와서, 추수감사절을 잘 보내고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랫동안 명절 상차림 한 상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명절이 다가오는 것을 전혀 즐기지 못했습니다. 반조리 음식이나 완성품을 사다가 차리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만. 아직도, 남들 다 차리는 한상을 직접 차려내지 못하는 자신을 닦달하는 마음이 조금 남아 있어 마음이 살짝 가라앉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걸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마음조차도 다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분들의 음식을 사서 잘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명절에 스페셜 이벤트로 명절 음식 실력자를 보내주는 '도우미' 회사를 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부엌일을 힘들어하는 제가 '며느리 명절 음식 준비 강제 체제'에 살아남을 방법을 언제나 고민했을 것이고, 같은 고통 속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주부들을 돕고 싶었을 것 같아요. 전문가가 만들어준 전을 명절에 시댁과 친정에 풀어놓고, 


어머니들, 전은 충분히 있으니, 과일이나 깎아 먹고 놀아요!

상상을 해보니, 쓸데없는데 돈 썼다고, 우리 입맛에 맞는 게 아니라고, 감히 '전통 어머니들 방식과 지령'을 무시하고 지맘대로 사 왔다고 타박을 들을 것 같아, 급 난감해지네요. 어머니들도 이제 좀 '편한 걸' 좋아하시면, 모두가 편할 텐데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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