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aic Distrct, Merrifield, VA
원래는 오늘내일이 휴가인 김에, 코네티컷 주로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므로 타주 여행을 자제하라는 주지사의 권고가 내려져 있기도 하고, 이런 시기에 장거리 여행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 점도 있어, 결국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잡혀있던 계획을 백지화했어요. 타주 여행은 포기했으나 '역마살' 가족인 우리는 좀처럼 집에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워싱턴 디씨 근교 어딘가 새로운 무언가를 찾자고 모의를 시작했어요.
모든 것은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그 먹거리가 이끄는 곳을 따라가면 볼거리도 많은 법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한 번도 먹지 못한 '베트남 쌀국수'가 너무나 먹고 싶었어요. 쌀쌀한 공기가 뼛속까지 스미는 오늘 같은 날에 딱 맞는 음식이라는 느낌도 왔어요. 우리 동네에도 '베트남 쌀국수'집이 있긴 하지만, 식당들이 다 오래된 건물, 좁은 공간에 자리 잡은 뭔가 위생이 많이 허술해 보이는 느낌의 장소들이라, 코로나 상황에서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번화가에 위치한 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쌀국숫집을 찾아보기로 하고, 리뷰를 꼼꼼히 확인해가며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어요. 'Four Sisters'라는 베트남 가족이 오래 운영해왔다는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 식당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그 근처 분위기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영상들을 뒤지고 살펴보다가,
이 '모자이크 디스트릭*'이란 새로운 곳을 찾게 되었어요!
* 2012년에 완공된 '모자이크 디스트릭'은 세련되고 화려한 쇼핑센터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도록 영리하게 디자인된, 워싱턴 디씨 근교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심 공간이라고 칭송받는 곳이다. https://mosaicdistrict.com/about/
영상으로 어떤 분위기인지 대충 확인을 하고 오긴 했지만, 대부분 영상보다 실제가 못한 곳이 많은 데 비해, 여긴 정말 분위기가 조금도 못하지 않았어요. 세련되고 환하게 펼쳐진 거리, 코로나 상황에도 뭔가 살아있는 활기찬 느낌에, '분위기', '공간이 주는 에너지'를 많이 따지는 편인 우리 가족 모두가 매우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곳은 커뮤니티를 위한 야외 영화 상영이나, 야외 콘서트, 음악회, 파머스 마켓과 같은 이벤트나 각종 온라인 약국 서비스 같은 편리한 서비스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온라인 - 오프라인 연계 시스템'을 자랑하는, '최신 개념 도심 문화'를 창출한 뛰어난 도심 디자인의 표본이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멋져 보이는 옷가게들과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들르기 좋은 반잰노블(서점)이나, 타겟(잡화점), 윌리엄 소노마(부엌용품/초콜릿 쿠키류를 파는 식품점) 같은 가게들이 있어 더욱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늘 하는 것처럼, '반잰노블' 안으로 들어가, 오프라인 서점이 존속하기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차원에서 여러 권의 아이들 책과 어른들 책을 포함한 각종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사서 나왔습니다. 제가 오늘 골라 산 책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겠습니다.
우리를 환영하는 초록 친구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만난, 이 초록 조형물들이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 곳의 마스코트인 모양입니다. 새로 생긴 친구가 우리 가족을 초대해서 환영해 주는 듯한 '강렬한 친근함'이 느껴졌어요. 우리는 한참 의논 끝에, 이 조형물이 '루돌프 사슴코' 캐럴송에 등장하는 '레인디어'인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침내, 베트남 쌀국수!
이 도시를 방문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베트남 식당, 'Four Sisters'에 도착해서, 우리는 '쌀국수(Pho)'와 '소고기 구이(Lemon Grass Beef)'를 잔뜩 시켰습니다. 식당 앞 야외 테이블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너무 춥고 배고픈 상태라 음식이 나왔을 땐 정신없이 먹느라 미처 음식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오들오들 떨면서 쌀국수를 먹다 보니, 한국 길거리 포장마차 앞에 서서, 뜨거운 어묵 국물 마셔가며, 언 손 호호 불어가며 이쑤시개로 떡볶이 찍어먹던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 나더군요. 싸늘한 추위 덕분에 뜨끈한 쌀국수 국물 맛이 두 배로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나온 '고기구이'는 숯불에 금방 구워낸 듯한 - 다른 베트남 식당에서 느껴보지 못한 - 어릴 때 먹어본 '해운대 숯불 갈비' 같은 고급스러운 불맛이 났어요. 여긴 '찐'이었습니다.
다음에 좀 따뜻할 때 꼭 또 오자고 다짐하며 새로운 도시 탐험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