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입체감 넘치는 로맨틱 스토리 [버진 리버]

by 하트온

넷플릭스에 미드 '버진 리버* 2'가 올라와서 오랜만에 영혼을 '꿀 마사지' 하는 느낌으로 열심히 달렸다. 열 편의 새 에피소드를 끝내는데 채 3일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버진 리버: 'Robyn Carr'의 소설 'Virgin River'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미국 로맨스 드라마 시리즈.


사진 출처: https://www.rottentomatoes.com/tv/virgin_river/s01

이 스토리의 중심은 '멜'과 '잭'의 '로맨스'다.


도시에서 온 '금발 미녀' '멜'과 시골 마을에 사는 전쟁 경험 많은 군인 사령관 출신의 '터프남', '잭'의 로맨스. 매력남 매력녀의 만남. 여기까지가 이 캐릭터들의 전부라면, 내가 이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고 하는 게 조금 민망한. 그냥 그런 '말초신경 자극용 삼류 로맨스 소설'이 된다.


여기서 그들의 직업이 치고 들어온다. '멜'은 경험 많은 '널스 프렉티셔너*'이고, '잭'은 현재 식당/호프집을 운영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소와, 영혼을 달래는 음식과 술을 제공한다.

*널스 프렉티셔너*: 높은 연봉을 받는 의사급 '전문 간호사'. 간호사와 다른 점은 의사 없이 단독으로 환자를 볼 수 있고, 약 처방을 하는 등, 가정 주치의가 하는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그들의 직업이 빛을 발하게 만들, 또 하나의 장치는 스토리를 꽉 채우고 들어오는 그들의 상처다. '멜'은 사산한 경험이 있고, 그 상처로 남편과 불화 끝에, 어느 날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한마디로 사랑의 기억이 죽음과 어우러진 덕지덕지 피고름이 붙은 상처를 그대로 이고 지고 사는 상태. '잭'은 자신이 지키겠노라고 다짐을 주었던 자신을 믿고 따랐던 어린 부하를 전쟁터에서 잃고 죄책감과 무자비한 살육 전쟁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수시로 '악몽'에 시달리며 삶에 대해 이방인적인 태도, 이렇게 살다 죽어도 상관없지 태도로 살아가던 남자. 한마디로 둘 다 이미 '평범한 사랑'을 하기엔 궤도에서 많이 벗어난, 지난 상처에 몰릴 대로 몰려 이 시골 구석까지 들어와도 상처를 도무지 씻어낼 도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 아픈 사람들이 펼치는 스토리가 내 마음을 끄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힐링'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하는 '힐러' 역할. '잭'은 다른 타인에게는 절대 노출시키지 않았던 수시로 다치고 상처 입는 모습을 '멜'에게는 보이고 맡기게 되는 상황이 자꾸 생긴다. '멜'이 '잭'을 치료하고 돌보고 신경 쓰는 것, '잭'이 자신의 상처를 열고 나누는 삶의 맛을 보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쾌감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심히 얼룩진, 갈 곳을 잃은 '멜'의 영혼에 '안전한 집'을 지어주는 것으로 시작해 '건강한 밥'과 '뜨거운 커피'를 수시로 나르는 '잭'. '멜'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잭'의 등장은 언제나 '힐링'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 드라마의 배경 장소인 강과 산이 어우러진 산골 마을의 풍경 자체도 모든 것을 감싸안는 아름답고 넉넉한 '어머니 자연'이 굉장한 '치유의 힘'을 발산한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장애물을 넘어가는 두 사람의 방식'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쉽지 않다. '멜'이 이 마을에 오기 전, '잭'이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 태도로 막살던 시절에 만난 '샬메이'가 임신을 해 버렸다. 그것도 쌍둥이를. '잭'을 아이들의 아빠로, 자신의 남편으로 갖고 싶었던 '샬메이'는 너무 커 보이는 여자 - 도시에서 온 매력적이고 똑똑하고, 무엇보다 '잭'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큰 - '멜'의 등장에 굉장한 위협감을 느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 '멜'이 '자기 남자', '아이들의 아빠'를 뺏어간 여자라고 소문을 낸다. 자신의 도덕적 입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 그런 '샬메이'가 싫으면서도 '멜'은 자신의 책임을 다 하려 하는 '잭'을 위해서 환자 -심한 입덧- '샬메이'를 받고 최선을 다해 돕는다. '잭' 앞에 다가온 '가족이 생기는 기쁨'에 자신이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잭'의 행복을 위해 전심을 다해 마음을 절제한 것이다. '잭'은 '멜'이 한 발 뒤로 물러날수록 '샬메이'가 끌어당겨 부담을 지울수록 자신의 마음이 '멜'에게 가 있다는 것을,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멜' 뿐임을 깨닫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멜' 또한 '잭'의 마음은 오로지 '멜'을 바라보고 있음을 확실히 깨닫게 되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버진 리버 1'이 두 사람의 마음을 탐색하는 시간이었다면, '버진 리버 2'는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관계의 발전이 일어나는 시간을 묘사하고 있다. 몇 번의 과감한 '섹스'씬이 나온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미드 로맨스'라는 장르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그들을 둘러싼 세계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생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것은 주인공 두 사람만이 아니다.

'잭'이 믿고 있는 동료 '프리쳐'는 좋아하는 여자와 그녀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해병대' 정신을 발휘하는 사이 어느새 여자가 실수로 죽인 남편 - 아내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도망가 이름을 바꾸고 시골에 숨어 살게 만든 장본인 - 의 시신을 은닉한 범죄에 깊숙이 들어와 버린 상황.
프리쳐가 처한 상황을 알고 함께 동참해 버린 어린 시절 폭력 아버지- 엄마를 살해하고 감옥에서 죽은- 에 상처 받은 경험이 있는 '코니' 할머니.
'코니' 할머니의 손녀딸 '리지'는 문제를 사서 만들고 다니고 싶은 불안정안 심리상태. 그녀는 '잭'의 식당에서 일하는 순진한 '릭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던 모쏠 청년-를 꼬여내 일을 소홀히 하게 만들고, 결국 두 사람은 성관계까지 맺고 마는데. 그 상황을 발견한 보수적인 '코니'가 노발대발.
'멜'을 고용한 의사 '닥터 뮬린스'와, 그의 아내였다 별거했다 확실히 이혼하려다 다시 아내가 된 '호프'는 그들의 심한 성격차이와 '호프'의 오지랖이 빚어내는 주변 사람들과 얽힌 이런저런 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렇게 아웅다웅 여러 가지 복잡한 갈등에 얽혀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진을 치고 불법적인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악당 조직'이 벌이는 일들에 비하면 아직은 평범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잭'이 동생처럼 돌보며 함께 일하던 '브래디'가 식당에서 허드렛일 하며 '푼돈' 버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돈' 벌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악당 조직'의 꾐에 속아 그쪽으로 발을 푹 담그게 되면서, '잭'과 '악당들'은 피할 수 없는 갈등 상황을 맞게 되고, 시즌 2는 그 갈등의 클라이 막스에서 막을 내린다.


그들의 사랑도, 인생도 쉽게 갈 조짐이 전혀 없음에도 '시즌 3'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 로맨스가 '몰입감 터지는 잘 쓴 로맨스'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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