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을 통찰하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옥자]
넷플릭스에 '옥자'가 있을 줄이야!
넷플릭스 추천 리스트에 '옥자'가 뜨는 순간, 나는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가 아마 딱 1년 전 이맘때가 아니었던가 싶다. 대부분의 큰 영화관에서 '기생충' 상영이 끝났다고 해서 포기하려는 찰나, 집에서 1시간 걸리는 도시의 작은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상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가족에게 알렸다.
나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임. 무조건 '기생충' 본다! 꼭 본다!
같이 가서 '기생충'을 함께 볼 주변 지인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생충'을 이미 보았거나, 가족들을 팽개치고 그 멀리 있는 영화관까지 가서 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반응이었다. 남편 입장에선 나를 혼자 보낼 수도 없고, 애들과 함께 가서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도 아닌 딜레마 상황. 남편은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두 개의 다른 영화관에 표를 끊었다. 나를 먼저 '기생충'을 상영하는 소극장으로 데려다주고, 남편은 아이들과 10분 정도 거리의 큰 극장에서 아이들 연령에 맞는 영화를 관람하고, 나는 영화 끝나고 여기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면 남편과 아이들이 데리러 오기로 그렇게 계획을 짰다.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컴컴한 영화관에 덜렁 나 혼자였다. 사실 나는 이 상황을 각오했었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본 '기생충' 끝물 타이밍이기도 하고, 내가 찾아간 곳은 거의 백인들만 사는 '백인 텃세가 좀 센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인종 지역보다 적지 않을까 지레짐작했다.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영화 시작 직전에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전 좌석을 꽉 채웠다. 대부분 백인 중년 남녀였으며, 간간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다 큰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 내내 사람들이 '낄낄'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무척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슴이 터지도록 기쁜 건, 이 영화관 안에 이 영화를 '원어'로 나만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나'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 온 이후 내 '언어 능력'의 가치를 이토록 심히 자랑스럽게 느낀 적이 처음이라 정말 그 영화 상영 2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벅차게 행복했는지는 충분한 설명조차 불가능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나에게 그런 '행복감'을 준 역사가 있으므로, 나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닥치는 대로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뜬 '옥자'는 바로 손이 가서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나는 평소 SF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 '거대 돼지'의 묘사가 어설플 수도 있으리라 미리 각오를 했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각오였다.
'옥자'는 '찐' 생명체였다!
심지어 '옥자'는 '눈빛 연기'를 하는 생명체였다. 눈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상태인지 읽을 수 있을 만큼, 진짜 엄청난 '눈빛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옥자'의 움직임이 너무나 리얼해서, 정말 저런 생명체가 있어 연기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록 현실감이 엄청났다. 게다가 '옥자'와 한 몸처럼 연기하는 꼬마 배우 '안서현'양의 연기력은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옥자'전에 그녀가 어릴 때 찍은 '곰배령'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얼마나 '도시 아이다운 귀여운 공주'연기를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상황에서, '옥자'에서 강인하고 뚝심 넘치는 산골 소녀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마치 숲을 지키는 수호자 '원령공주'가 환생한 모습처럼 다가와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 씬, 죽음을 기다리는 '거대 돼지'들의 사육장 장면에서 다시 숲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영상들이 참 아련하고 먹먹하게 다가왔다. '숲의 평화'... 우리 모두가 동참해서 함께 지켜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본 후 남는 메시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항상 화장실에 갔다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듯한 찜찜함을 남기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소시지를 사 먹는 나
소시지를 가능한 싸게 사 먹고 싶은 나
마트에서 고기를 사 먹는 나
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하지 않는 나
고기가 된 동물을 생각하지 않는 나
결국 눈 감고 모르는 척 동물을 싸게 먹을 방법만 찾는 나
갑자기 '구역질'이 밀려온다.
'옥자'에는 봉 감독의 '일침'이 들어있다. 한 대 맞고 토할 각오하고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