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이어갑시다

by 하트온


최초의 크리스마스


제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최초로 경험한 때는 제 나이 다섯 살쯤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와 시내 (서면)에 나가 돌아다니며 백화점이라는 곳에도 처음, 반짝반짝 화려한 불 장식을 본 것도 처음, 거리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캐럴송을 들어본 것도 모두 처음이었지 싶어요. 아빠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던 날들을 저는 기억하는 편이고, 백화점 쇼핑을 즐기던 아빠의 신난 걸음걸이를 저는 선명히 기억합니다. 아빠가 머리맡에 양말 모양의 빨간 주머니 안에 여러 종류의 사탕과 과자가 가득 들어 있는 선물을 놔주시는 걸 실눈 뜨고 보고도 모른 체하며 마음이 무척 설렜습니다. 도대체 무슨 날이길래, 얼마나 엄청나게 좋은 일이 일어날 날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기분이 좋고 선물을 하고 분위기가 한껏 들떠있는 걸까. 어린 마음에 저는 크리스마스 날을 무척 기대했었어요. 추석이나 설날처럼 반가운 손님들이 잔뜩 들이닥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요. 어쩌면 티브이 만화에서 서양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며 케이크나 쿠키 먹는 장면 같은 걸 이미 보았던 것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놀랍게도 크리스마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하루 종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늦은 오후쯤 되어서는 우울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어요. 어린 마음에 실망감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컸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그렇게 실망하고 있었던 것을 부모님께 표현하지 않았던 건지, 표현해도 더 이상은 없다고 기대하지 말라고 부모님이 못을 박으셨던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마스는 가족은 까맣게 잊고, 밖에서 친구들 혹은 연인과, 아니면 교회에서 보내는 날이 되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반전!


미국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곳곳에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예쁜 식당과 카페엔 연인들과 친구들 모임이 가득, 거리엔 낭만적인 캐럴송이 흐를 거라고 말이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긴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자, 집집마다 불빛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인상적이었고, 백화점이나 식당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화려하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크리스마스엔 모두 문을 닫았어요!


예전에 추석에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가 황량한 거리 분위기에 갈 곳 없어 당황했던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어요. 남편과 데이트하던 시절, 함께 크리스마스 저녁에 밖에서 만나려고 계획했다가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편도 항상 집에서 식구들과 크리스마스 저녁을 보냈기 때문에, 밖에 식당들, 카페들이 다 문을 닫는 줄 몰랐던 거였어요. 크리스마스는 미국 사람들에게, 휴가를 충분히 내서 가족과 함께 쉬고 싶어 하는 민속 대 명절이었어요.



2020 크리스마스


결혼하고부터, 크리스마스엔 주로 시댁 식구들과 모였어요. 크리스마스 날이 시어머님 생신이기도 해서, 의례히 이렇게 보내려니 하는 그런 변함없는 크리스마스 저녁 그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그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못하게 합니다.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데이에 식구들 외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아주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전해주기 위해서 다니기도 했고, 시어머님의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기 위해 잠시 - 15분 정도 - 마스크 쓰고 방문하기도 했고, 가족과 크리스마스 이브 기분을 내기 위해 사람이 없는 한산한 식당에 들어가서 디저트를 먹기도 했어요.


사람을 만나기 힘든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어느 때보다 부쩍 친근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사람은 볼 수 없지만, 사람의 온기,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는 무언가에서 대신 위안을 얻는 느낌이랄까요. 외로운 산행 중 누군가 피우고 간 불 흔적을 보며 다른 사람이 있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아래는 지난 이틀 동안 이곳저곳에서 찍은 크리스마스 장식 사진들입니다.


image3.jpeg
image2.jpeg
image5.jpeg
image6.jpeg
image7.jpeg
image8.jpeg
image13.jpeg
image11.jpeg
image14.jpeg
image12.jpeg
image16.jpeg
image15.jpeg
image17.jpeg
image18.jpeg
image19.jpeg
image20.jpeg
image0.jpeg
image1.jpeg


2020 코로나 크리스마스 스피릿, 사람이 없어도 느껴지는 따뜻함


저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제가 느낀 이 따뜻한 감정이, 우리가 이어가야 할 '2020 코로나 스피릿'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하루만 반짝하고 지나가는 흥겨움이 아니라, 우리가 코로나 상황 내내 반드시 유지해야 할 '스피릿'이라고 생각해요.


그 옛날 예수 탄생의 순간처럼요.


꿈에서 만난 천사의 말만 믿고,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이'를 임신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은 요셉이 감당해야 할 무게, 그리고 만삭의 부인을 나귀에 태워 먼 곳 베들레헴까지 가서 아이를 낳기로 한 무모해 보이는 결정, 낯선 곳에서 머무를 방을 구하지 못해 마구간에 머물며 아이를 낳아야 했던 고난, 따뜻한 방 깨끗한 요람 대신 마구간 구유에 누인 비참한 아기 예수 탄생의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환경은 마구간이어도 그들의 마음은 마구간이 아니었으니까요. 하나님은 그들에게 꿈으로 예언으로 충분한 확신을 주셨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고, 또한 그날 밤 그들이 마구간에 머물렀던 것도, 아기 예수의 머리 위에 뜬 선명한 '별'을 보게 하여, 더욱 확신을 주시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왕'을 위한 값진 선물을 들고 온 동방 박사 세 사람의 방문은 얼마나 더 큰 확신이자 위로이자 경제적 도움이었을까요.


이 땅이 피할 수 없는 시험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세계가 확실하다면, 이 '코로나'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시험이 아닐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편안하고 따뜻한 방이 아닌 마구간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것은, 우리가 보아야만 하는 것들, 알고 느껴야만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고,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환경은 '코로나'라도 우리 마음은 '코로나'가 아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코로나 크리스마스 스피릿'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코로나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이자, '구원을 믿고 기다리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너무 춥고 힘든 마구간에서 버티기 연약한 '아기 예수'와 같은 존재를 돕는 마음을 품고, '선물을 전하러 먼 길을 기꺼이 떠나는 동방박사들'의 정신과, '이 비참한 혼돈 속에 태어난 예수가 전 인류를 구할 하나님'임을 믿고 모든 장애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는 요셉과 마리아의 믿음'을 이어받아야 하겠습니다, 산타 할아버지(Santa Claus (St. Nicholas)) 또한 분명 그러한 '크리스마스 스피릿'을 이어받고 열심히 실행했던 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코로나'로부터 지키며, 감사하며, 믿으며, 어려운 이들을, 연약한 아이들을, 서로의 필요를 생각하는 마음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2020 코로나 크리스마스 스피릿,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는 날까지 이어가야 할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0 감사 풍선을 날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