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육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각한 날
지금 사춘기 자녀를 돌보는 것이 힘든 누구에겐가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힘든 날 제 마음을 날 것 그대로 토로했던 일기를 공개합니다.
2019년 4월 30일
지난번 깨달음을 많이 얻었던 이후, 나흘째 평화를 만끽하고 있다. 1박 2일로 온 가족이 단합대회 겸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호텔에서 늦게까지 보고 싶은 영화도 보게 하고, 오락실에 가서 1시간씩 오락 게임도 하게 하고, 갖고 싶어 하는 스케이트 보드도 사 주고 엄청 신이 난 것도 있겠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온 가족이 같이 붙어 다니다 보니, 나도 자각되는 게 몇 가지 있었다.
첫째, 내가 아이 말 듣는 것보다 내 말을 끝까지 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분명히 있다는 것.
내가 무슨 말을 시작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가는 것에 집중하느라, 아이가 말하는 걸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자각 중이다. (아이도 나와 닮은 성향이라, 자신이 말해야 할 것을 충분히 말하고 이해받지 못하면 답답해하는 성향이니, 서로가 여기서 충돌하고 짜증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어제, 내가 무슨 말 -무언가 지금 기억도 안나는 그런 말을- 시작했는데, 아이가 가방에 걸려있던 내 챙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려는 걸 낚아채서 바로 놓아주었다. 아이는 바람에 달려가는 모자를 잡아낸 일이 스스로 뿌듯한지 내 주변을 맴도는 폼이, 엄마한테 칭찬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칭찬은 사춘기 아이도 춤추게 한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아이의 심리를 읽으면서도, 나는 방금 내가 시작한 말을 끝내고 싶은 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1,2 초 타이밍이 늦었지만 그래도 내가 자각하면서, 스스로 말하던 것을 올 스탑 하고, 아이를 칭찬하는 데 집중했다.
"엄마 모자가 땅에 떨어졌으면 더러워지고 낡았을 텐데, 너무너무 고맙다."
아이가 한 행동이 고맙고, 기특한 일이라고 칭찬을 여러 번 해줬다.
목소리가 크지 않은 아이이기에, 그동안 자신의 발언 타이밍을 무시하는 엄마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러니, 화를 내며 표현하는 지경에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앞으로는 아이가 말하고 싶어 하는 타이밍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들어줘야겠다 결심했다.
사실, 요 며칠 동안, 아이 말을 우선으로 들으려고 하고, 원하는 칭찬이나 인정을 주려고 노력했더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다.
두 번째 자각은, 아이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깨달은 거였는데, 큰애가 이런 말을 했었다.
"엄마는 둘째를 왕처럼 대접해."
두 녀석이 노는 걸 지켜보다 깨달음이 왔다. 내가 작은애를 너무 오랫동안 아기 취급을 하고 있었다는 걸 자각했다. 작은애는 이제 아기도 아니고, 내년부터는 나름 초등 고학년인데...
나의 과한 보호본능과 시간이 가도 업데이트가 안된 육아방식이, 두 아이 모두에게 가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첫째는 줄곧 억울했고, 둘째는 형이나 친구들과 놀 때 너무 아기같이 행동하는 게 그의 사회생활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째가 기분 상할 때, 과도하게 크게 리액션을 해서 주위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결국은 아기 같은 행동이었다.
원인은 아이들이 아니라 나의 적절하지 못했던 양육방식이었던 것이다.
둘째를 아기로 보는 내 시선을 확실히 고쳐야겠다 마음먹었다. 둘이 싸우면 반드시 충분히 양쪽 이야기를 들어 보고, 둘 다에게 개선점을 말하겠다고 결심했다. 첫째가 둘째를 잘 데리고 놀 책임은 없다는 것을 두 번 세 번 마음에 새겼다.
내가 함부로 소리치고 야단칠 이유도 없다. 공포심 조장의 양육 효과가 거의 없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둘째에게 야단치는 만큼 딱 고만큼만, 첫째에게도 하자. 딱 그만큼만 되도록 좋은 말로 차분히 달래는 노력을 하자. 첫째에게 지금까지 너무 막말과 화풀이를 많이 했었던 게 미안하다면, 지금부터 완전히 고치자. 지금까지 옳지 않은 일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옳게 고치는 것이 진정한 사과다. 큰 싸움이 나도, 둘에게 딱 한 문장 씩만 말하자. 둘째의 큰 리액션에 흥분하고 반응하던 걸 자제하고, 차분하고 냉담하게 반응하자.
마음으로 결의를 다졌다.
내가 나름 양육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신경 써서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던 터라, 나 자신에게 좀 실망감이 많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들 덕분에 나의 문제점을 자각하게 되었고, 깨닫고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준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자각하고 고쳐갈 일이 많을 것이다. 사람이 변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옳은 방법을 몰라서 헤맬 뿐, 옳은 방법을 찾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열두 번도 더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