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1. 두려워하는 아버지

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Ch.1

by 하트온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 책은 17살에 처음 '교실 수업'이라는 걸 받아 본 산골 소녀가 캠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회상록이다. 누군가 이 책을 추천했고, 회상록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반신반의하며 아마존에 오더를 했다. 며칠이 지나, 집에 책 두 권이 도착했다. 내가 실수로 책을 두 권 오더 했나 하고 주문 기록을 다시 살펴봤지만, 나는 분명 한 권을 오더 했고, 한 권 값을 지불한 기록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두 권 보내준 작가의 그 마음이 천천히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주저 없이 책 한 권을 이 책을 좋아할 만한 지인에게 선물하였다.


챕터 1. 선한 길을 선택하라 (Choose the Good)


산골 가족들을 지배하던 공포감


책의 첫 장면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기억으로 시작한다.


여자가 물을 마시려고 손을 뻗는다. 달빛이 그녀의 실루엣을 창밖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울리는 총성. 여자는 쓰러진다. 기억 속에서 총 맞고 쓰러진 여자는 항상 엄마다. 그리고 엄마의 품에는 아기가 안겨있다.


엄마가 어릴 때 돌아가시지도 않았으며, 작가 타라 웨스트오버는 형제 중 막내이므로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장면 같은 걸 본 일도 없다. 그러니 이 기억은 허구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 가장 큰 감정을 남기는 가장 생생한 한 장면. 바로 공포였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느낀 것은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흘러나오는 공포감이 온 가족의 마음을 장악해가는 과정이었다. 이 장면은, 그녀의 아버지가 웨이코 사건*을 임의로 해석하고 묘사해 준 내용에서 아이의 마음에 남게 된 장면인 듯하다.

*웨이코 사건(Waco Massacre): 1993년 4월 19일, 미국 사교집단 `다윗파`의 집단자살 사건. 이들은 경찰과 대치하며 51일 동안 투항해 오다가 FBI의 기습작전에 교주 데이비드 코레쉬가 자살을 명령했기 때문에 벌어진 집단 자살로 알려져 있으며, 광신도들의 방화로 75명이 사망했다고 정리되었다. 하지만 FBI가 폭발물을 쏘아 불이 났다는 음모론은 계속되었다. 경찰이 이 집단의 미성년자 성폭행 및 마약 유통을 의심하던 중, 이들이 상당한 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집단에 본격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 1993년 2월 28일부터 텍사스주 웨이코 외곽 카멜산에 위치한 이들의 본거지를 FBI가 포위하였다. 이 과정에서 양쪽에 사망자가 발생, 두 집단이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대치가 51일째 되던 날, 화재가 일어났고, 어린이 25명과 임산부 2명을 포함해 75명이 사망했다. https://www.history.com/topics/1990s/waco-siege

타라의 아버지는 그들을 "독립 운동가 (freedom fighters)"라고 불렀으며, 정부가 공립학교를 통해 아이들을 세뇌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인데, 정부가 그들을 잡으러 온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정부 요원들이 몇 주나 집을 포위하여, 배고픈 아이들, 몰래 먹을 것을 구하러 사냥을 가려는 어린 소년들을 총으로 쏴서 죽였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얼마나 타라와 그녀의 형제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는지, 그 이야기가 얼마나 그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이 되어 마치 겪은 일처럼 가장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를 그녀의 회상록은 기술하고 있다.


정부가 공립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이들이 하나님과 멀어지게 하려는 그들의 계략이라고 굳게 믿는 타라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은 악마에게 자식을 보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 가족이 몰몬교회를 다니며,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어줄 정도로 아이들의 신앙 교육에 열심이다.


세상과의 연결을 끊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준비를 분주히 하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아이들에게 여름방학이란 사전에 없는 단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열매를 따고 저장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시간일 뿐이다. 그들은 언젠가는 직접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집으로 연결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수도도 끊고, 전기도 끊을 날, 완벽하게 자급자족하는 날을 꿈 꾼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것을 신고도 하지 않고 학교도 보내지 않는 그들의 독립적인 삶을 못마땅히 여겨, 언젠가 정부 요원들이 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이 타라의 아버지를, 그리고 가족 모두를 지배한다.


하지만 타라의 아버지가 확신하는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일, 옳은 일을 선택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같은 산골 마을에 살고 있는 타라의 할머니 (아버지의 어머니)는 타라의 아버지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 타라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믿어, 시리얼을 물에 말아먹게 하는 동안, 아침을 거르고 우유가 있는 할머니 집으로 몰래 찾아오는 타라에게 우유에 만 시리얼을 주며, 타라에게 겨울 동안 애리조나에 머무는 할머니를 따라 애리조나로 가서 학교를 다니지 않겠느냐고 집을 몰래 떠나 할머니를 따라가자는 제안도 한다.


타라는 아버지의 실망이 두려워, 결국 할머니를 따라가지 않지만, 할머니가 떠나는 새벽 - 같이 떠나려면 5시까지 나오라고 했던 그 시각 -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서 고민했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갈망이 마음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타라의 아버지는 '웨이코 사건' 이야기를 들은 이후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수십 자루의 총을 사들였으며, 총알 만드는 기계도 설치하고, 비상시에 여차하면 들고 산속으로 튈 배낭 짐을 싸놓도록 아이들에게 시키고, 온 가족이 저장음식을 계속 준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유튜브 짤로 보면서 하염없이 빠져들어 본 적도 있고, '삼시 세끼'처럼 하루 종일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해 밥을 해 먹는 예능을 무척 즐거워하며 시청하기도 했다.


나는 한국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고층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살았다. 삼풍 백화점 붕괴 이후, 나는 늘 공포감에 시달렸고, 대구 지하철 폭발 사고 이후, 지하철에서 사고를 당하는 악몽을 계속 꾸었다. 도시의 빌딩 숲을 빠져나와 땅을 밝고 사는 것, 빌딩이 하늘을 가리지 않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지하에 내려가지 않고, 모르는 타인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 삶을 너무나 갈망했었다.


수돗물에 의존하지 않고 빗물이나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물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고, 언젠가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기도 의존하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위치에 세컨드 하우스 (별장)을 지어 놓고 자주 가서 삼시 세끼 라이프 직접 살며 자급자족 능력을 키우는 것이 꿈이다. 도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이루어 보고 싶다.


나는 또한 내가 사는 미국 도시의 공립학교 운영 방식에 많은 문제를 보는 편이며, 2019년 여름부터 아이들을 집에서 홈스쿨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정부에, 도시 시스템에 의존하기 싫어하는 나의 가치관과 이 책에 나오는 타라 아버지의 생각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 하기로 결정한 선택 - 물론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라 모두가 홈스쿨 상황에 처해 있지만 - 나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된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깡시골 산촌 마을이라는 것부터 답답함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 이들이 사는 산촌 마을은 내가 너무나 바라는 이상적인 주거 환경이다. 나에게 산은 맑은 물과 공기와 여러 가지 자원을 공급하는 자원의 보고 그 자체다. 그런 자원의 보고 가까이 살면서 자급자족하며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대단하게 생각된다. 아름다운 산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가족과 함께 일하며 자연이 공급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으며 사는 삶. 그것은 매우 행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라의 글에 비치는 그녀의 가족들은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타라 아버지가 가진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모든 결정들은 두려움을 바탕으로 감정적으로 내려지고 있다. 분명 나쁜 아버지는 아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쉼 없이 가족의 영혼과 육신의 잘됨을 도모하는 부지런한 아버지다. 다만 그의 마음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여유가 없다. 하나님의 뜻에서 사랑과 자유를 발견하기보다 자꾸 속박과 엄격한 규칙을 찾아낼 뿐이다. 그 멋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도 평안함이나 자유함이 없다. 누군가 찾아와 자신들을 죽일 거라는 공포감에 모두 덜덜 떨고 있다. 이 모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의미 없는 속박이 될 만큼 두려움의 지배를 당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자신들이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이단 종교에 속했다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또한 정부의 능력이나 역할,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 사회적 사건을 정확하게 통찰하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두려움과 공포를 키우는 주범인 듯하다.


중요한 건, 마음에 평안과 자유와 사랑이 있는가, 나 자신의 내면과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지혜와 통찰력이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일단 첫 챕터를 읽고 드는 내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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