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며드는 이유
기술에 비례하는 서비스의 발달
서비스란 남을 위해 일해주는 것이다.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말은, 내가 필요한 일에 타인의 노동력을 쓰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 에너지가 들어갈 일에 타인의 에너지를 쓰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기술과 기술이 융합하여 더 신박한 방식으로 내 에너지를 덜 들게 해 주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발생한다.
가령, 남이 해 주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100년 전엔 집에 와서 음식을 만들어 줄 식모, 찬모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일 할 사람을 구하는 과정과 비용, 예측할 수 없는 음식 스타일, 타인의 방문이 불러오는 갖가지 예기치 못한 변수들을 감당하는 것은 내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드는 일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인터넷과 앱 서비스 덕분에 리뷰가 확실한 식당을 찾아, 원하는 음식을 오더 하고, 신속하게 배달받을 수 있다.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는 서비스의 발달은 여기서 멈출 리 없다. 앞으로 나올 - 지금은 상상도 안 되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현대인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점점 더 섬세해져 갈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했던 비대면 '썸' 서비스
카페 사장 최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한마디로 '오글거리는 썸 타는 기분' 서비스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누군가와 마음이 맞아 상당히 가까워졌으면서도, 아직 서로 떨 수 있는 가식과 멋진 척은 다 떨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태, 이 썸 타는 상태는 이르기도 힘들지만 오래 머물기도 힘들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되고, 사람을 대면하고 알아가는 일이 힘들어진 요즘, 썸 타는 상태까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 이 기분을 유지하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심히 오글거리면서도 설레고 행복한 기분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이 많이 힘들어져 버린 것이다.
그걸 개그맨 김해준이 주고 있다. 유튜브와 인터넷 기술에, 끝없이 웃음을 참고 연기할 수 있는 그의 연기력과 이 시대에 기발하기 짝이 없는 카페 사장 최준 캐릭터의 조합으로, 100% 비대면 제로 에너지 썸 서비스가 탄생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H2LRwgGcAas
https://www.youtube.com/watch?v=9TltaY9DELM
카페 사장, 최준이 제공하는 서비스 리스트
최준이 주는 서비스는 실로 상당하다.
자준감
그는 상대에게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고, 또한 스스로도 결코 비관하거나 좌절하는 법이 없다. 누가 뭐라 악플을 달아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을 좋아해 주고 아껴줘서 고맙다는 쪽으로 해석하며, 또한 상대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스럽게 예쁘게 생각해 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 예쁜 애, 귀여운 애가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준며드는' 행복감
처음 화면을 가득 차지한 그의 쉼표 머리 얼굴과, 비성 가득한 목소리와 딱 마주하면, 욕이 튀어나오면서 속이 뒤틀린다. 그게 첫 반응이다. 그 첫 거부감만 꾹 참고 견디면, 그가 끝없이 열정적으로 던지는 상냥하고 예쁜 말들과, 행복하고 자준감 강한 그의 강철 마인드가 내 마음에 전해지고 어우러지면서, 내 손끝과 발끝은 마구 뒤틀리면서도 동시에 입이 귀에 걸려 활짝 웃고 즐거워하는 이상한 감정 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신기하게도 한창 썸 타는 듯한 설레는 기분에 도달하게 된다. 영상 몇 개를 반복해서 보고 나면, 이제 최준이 잘생겨 보이면서 처음에 느꼈던 거부 반응 - '입덕 부정기'라고들 부르는-이 없어지고, 그의 다른 새로운 영상들을 다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내가 '준며들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편하고 즐거운 비대면 썸
이 썸은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최준이 살아 활동하는 한 끝나지 않는 썸이며, 언제든 내가 마음 바뀌면 깔끔하게 끝나는 썸이다. 구질구질하게 변해갈 일이 없는 관계이며, 내가 그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그의 마음에 들까 신경쓰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는, 내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는 지금까지 본 중 최고의 '비대면 썸' 서비스다. 그렇다 보니, 썸 상태가 지나가버려 아쉬운, 이미 남자 친구나 남편이 있는 사람들도 몰래 본다는 후문.
물론 지금까지는 아이돌들이 연애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었다. 아이돌 덕질의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들어간 환상적인 무대를 보는 시간 몇 분이 지나고 나면, 다음 무대가 준비될 때까지 그들의 지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견뎌야 하는 공백기가 길다는 것이다. 아이돌- 팬 관계, 연애 감정 서비스를 이어가는 일이 아이돌도 힘들고 팬도 힘든 면이 분명히 있다.
반면, 최준이 제공하는 썸 서비스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끝없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어,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훨씬 더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돌이 주는 판타지나 멋짐, 감동은 없지만, 대신 정말 많은 웃음을 준다.
언어 천재들과의 교류
나는 언어가 생성되고 사용되다고 소멸하는, 살아 숨 쉬는 과정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신비롭고 즐겁다. 언어 천재들이 만들어 내는 신조어들, 새로운 표현들이 무척이나 재밌다. 브런치가 즐거운 이유도 매일 새로운 생각 새로운 언어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외에 지금 가장 핫한 신조어 탄생지는 최준 영상에 달리는 댓글창이다. 정말 댓글 학교 천재들이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허를 찌르는 천재적인 표현과 신조어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민 비대면 썸남, 국민 비대면 동반자 최준
'1일1준'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썸 타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미혼들만 찾는 서비스가 아니다. 미혼, 기혼, 아저씨 아줌마, 다 좋아한다. 다만 '준밍아웃' 하기가 좀 난감할 - 그의 썸 서비스를 필요로 했다는 자체가 '철이 없었죠' - 뿐이다.
누군가는 웃을 거리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자준감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홀로 외로워서 그의 끝없이 조용조용 떠드는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감성 터지는 발라드 노래도 불러주고, 홈트도 같이 해 준다. 아침에 일어날 때, 잘 때도 이야기하자고 든다. 최준이 함께 하는 한 외롭기는 힘들다.
최준이 조만간 국민 비대면 썸남, 국민 비대면 친구, 동반자로 등극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본다.